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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심메뉴고민 Sep 02. 2022

BM을 보는 것

될 것 같은 사업, 어려워보이는 사업, 이게 될까? 하는 사업

최근 오늘회 라는 기업이 전직원 권고퇴사 권유와 함께 서비스 철수를 시작했다.


오늘회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한 때 네이버 배너에 딱새우, 제철회 등 광고를 진짜 엄청 많이 태웠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컨텐츠긴 했다. 쉽게 구해서 먹기 힘든 회 종류들을 앱으로 주문해서 당일 저녁에 받아 먹는다? 굉장히 매력적이긴 했다. 광고를 보고 들어가서 실제로 가격이 얼마인지, 후기는 어떤지 등을 보기도 했었다. 거의 전환될 뻔?


근데 나는 그 광고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될까? 된다 해도, 이 BM이 진짜 수익성이 있나?" 싶었다.



이게 될까? 라는 부분에 대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취급하는 상품 자체가 광범위하지 않다. 


이건 아주약간?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긴 하다. 

 수익구조를 차치하고, 1) 우리나라에 회를 먹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2) 사람들이 주로 회를 먹는 주기가 어떻게 되는지 등 수익원에 대한 시장규모를 따져봤을 때 배민, 무신사, 쿠팡같이 더 넓은 버티컬로 상품을 취급하는 BM보다 시장규모가 다소 작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 아무래도 취급하는 상품 자체가 큰 범주 내에서 식사 > 회 라는, 어찌보면 다소 좁은 버티컬로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유저들이 어떤 주기로 "회"라는 상품을 구매 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있었을지, 그렇다면 그 시장규모 안에서 어떤 수익원(결국 중개수수료나 PB상품으로 직접 판매 둘 중 하나가 아닐까)을 가져갈지 등이 궁금하긴 했다.


아무튼 짧은 식견으로 봤을 때, BM 자체가 커버하는 버티컬이 다소 좁았다.



2. 오늘회가 주장하는 자신들의 강점은 진짜 잘 살리기 어려워보였다.


오늘회가 광고에서 주장하는 강점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이다.


1) 오후 3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배송한다 (빠른 배송)

2) 일반 횟집에서 공수하기 쉽지 않은 상품을 취급한다(제주산 딱새우회, 전복회 등)


 근데 이건 진짜 실현하기 어려워보였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만족 할 정도로 상품의 퀄리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쿠팡은 당일배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물류센터를 짓고, 배달원을 고용하는 등 물류 시스템에만엄청나게 투자했다. 컬리나 SSG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대기업들이 엄청난 자본금으로 물류 체계를 구축해서 겨우 "빠른 배송"을 구축 했는데, 이게 이렇게 쉽게 가능할까? 단기적으로 엄청난 적자와 VOC를 가져오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리고 "회"라는 상품의 특성 상 쉽게 변질되고 보관이 어려운 제품이다보니, 물류 시스템 구축 난이도는 쿠팡이나 무신사보다 훠어어어어얼씬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처럼 단독으로 물류체계를 구축 하는게 쉽지 않으니, 여러 횟집이나 배송 시스템이 이미 구축된 기업들과 업무협약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 하고자 했겠지만, 결국 협력업체에 대금지급을 하지 못하고 디폴트 선언을 하게 되었다는 엔딩에서 "빠른배송" 은 진짜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라는걸 다시한번 느꼈다. 대금지급에 실패한 부분은 투자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거나, 수익화에 실패해서 투자금만으로 사업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웠다거나.. 뭐 여러 이유가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BM이 진짜 수익성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회를 나중에 따로 만들어서 팔 수가 있나? 그니까, "회"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수익원을 다양화 할 수가 있을까?


 지금 잘 되어있는 플랫폼 사업들을 보면, 수익화에 성공해서 흑자전환을 이룬 기업들의 특징은 "중개" BM에서 "직접 판매"BM 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케이스들이다.


 야놀자, 여기어때와 같은 숙박 플랫폼은 커뮤니티를 통해 초기 UA를 이루고, 나중에는 광고로 유저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여러 숙박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한 중개수수료를 하나의 메인BM으로 가져갔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는 자체 숙박시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으며 숙박시설과 함께 패키지 형태로 "휴양"과 관련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다. 

 넷플릭스도 어찌보면 중개 플랫폼이었지만 어느새 자체 컨텐츠(e.g 오징어게임)를 제작하고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으며, 무신사도 무탠다드와 같은 자체 브랜드를 런칭했다. 심지어 이마트도 자체 PB브랜드인 노브랜드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상품을 파는" 중개 형태의 BM에서 "직접 상품을 파는" 형태의 BM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늘회는? 회를 직접 팔 수가 있나? 아니면 기가막힌 브랜드를 하나 런칭해서 누구나 "오늘회" 에서 회를 찾게끔 할 생각이었을까..? 이것도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사업을 영속하기 위해 BM을 어떻게 피벗하고자 했었던걸까..? 이 부분은 "취급하는 상품의 범주" 나 "시장규모" 와도 관련이 있다. "오늘회" 와 같이 너무 직접적으로 회라는 카테고리에 종속되어 버리면, 갑자기 다른 상품을 취급하고 싶어도 소비자들은 쉽게 전환하지 않는다.


2. BM에 엮인 파티가 너무 많다.


수요 <> 중개 <> 공급 이라는 벨류체인에서, 파티가 많아질수록 BM을 유지관리하고 수익화 하기가 어려워진다.


 배민의 예시를 보자. 배민은 소비자, 배달기사, 점주 이렇게 세 파티가 배민의 벨류체인 안에 있다. 이들을 잘 조율하는것도 굉장히 어렵다.

 예를 들어, 배민의 "포장 수수료"를 보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음식을 주문하고 가게까지 가지러 가는데, 왜 포장수수료가 존재하냐는 것이다. 점주 입장에서도 손님이 음식을 직접 가지러오는데, 왜 배민에 수수료를 내야 하냐는 것이다. 얼핏 보면 소비자 / 점주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불만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배민"이 구축 해 놓은 음식배달/주문 생태계를 이용하는 소비자/점주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룰 필요가 있다. 즉, "포장수수료"든, "배달주문수수료"든, "중개사업"을 BM으로 가진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하며 수수료를 내는 것은 너무나도 정당하다. 만약 그게 싫다면, 그냥 사고싶은 사람이 직접 가게를 찾아서 주문하고 찾으러가겠다고 전화하면 된다.


 그럼 이제 오늘회를 보자. 수산산업의 유통구조는 잘 모르지만, 서울에서 횟집을 하는 분들은 주로 산지 공급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거나, 도매시장에서 횟감을 구해 올 것이다. 즉, 배민보다 한단계 더 나아가서 공급체인 부분에 도/소매 프로세스가 추가되는 것이다. 

 오늘회가 도매시장에서 직접 횟감을 공수해다가 횟집에 가공을 맡기고 배달원을 통해 소비자에게 배달했을지, 아니면 그냥 횟집과만 계약을 맺어서 소비자에게 유통을 했을지 그 구체적인 유통구조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BM에 엮인 파티가 많아서 관리 포인트가 늘어난다는 점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으로 작용한다.



아무튼 오늘회 사태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BM을 볼 때 어떤 부분들을 봐야하는지 조금씩 해상도가 선명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 깊은 통찰력을 갖기엔 멀었지만.. 언젠가 나도 기업을 잘 보고 분석 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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