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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파남 Jan 31. 2024

이만배

이걸 만화로 배워?

Epilogue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나의 떡잎(?)을 알아보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은적이 있다. 당시 어머니들끼리도 친분이 있으셔서 우리 어머니도 오셨는데 다른 친구들은 게임을 하거나 시끌벅적하게 놀고 있는데 나와 다른 친구만 책을 읽고 있는걸 보고 우리 아들이 남들과 좀 다르구나를 느끼셨다고 한다.


물론 당사자인 나는 당시 생일인 친구가 누구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과거에 내가 책을 굉장히 좋아했던건 사실이다. 특히 만화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과거 우리집에는 Why 시리즈를 비롯해서 다양한 학습 만화책이 많았고 그렇게 많은 책들을 읽다보니 어린시절 나는 그 나이 또래치고 굉장히 아는게 많았고 지적 호기심이 풍부했던 기억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지고 있던 책을 많이 팔아서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 조잘조잘 잘난채 하면 단체 생활에 불리함을 깨닫기도 했고, 책을 잘 안읽게 되면서 지금은 그때의 총명함을 잃었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무언가를 배우겠다'라는 마인드가 아니라 가볍게 재밌는 만화책을 읽는 기분으로 독서에 임했기에 오히려 학습 효과가 좋았던것 같다.


여기서 나처럼 추억 팔이에 그치지 않고 사업 기회를 잡은 팀이 존재한다.


이걸 만화로 배워? 이만배로 유명한 노틸러스이다.



창업과정


노틸러스의 이성업 대표가 과거 라인에서 근무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이성업 대표는 어린이들을 공략한 <라인 키즈>의 런칭을 위해 키즈용 교육 어플리케이션을 조사하면서 대한민국의 키즈 어플리케이션 시장만의 독특한 특징을 발견한다.


1. 동영상의 압도적인 비율

2. 관련 캐릭터 IP(지적재산권)의 수가 10개 미만


그 후 시간이 지나 이성업 대표가 레진코믹스를 창업하고 이를 매각한 후 아동용 컨텐츠에 대한 사업을 하고 싶어서 시장을 다시 들여다봤을때 놀랍게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그 특징이 똑같다는 점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여전히 유튜브라는 동영상 재생 플랫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IP컨텐츠 역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거대하지만 정체되어 있는 시장이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이상업 대표는 해당 시장에서 디지털 전환과 같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육용 컨텐츠를 사업화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학습 + 웹툰...??

얼굴이 이상형 + 몸매 최악 vs 얼굴 최악 + 몸매 이상형과 같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하는 밸런스 게임을 해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냥 얼굴과 몸매가 모두 내 이상형이면 안되는것일까...??

마찬가지로 그냥 재미난 내용의 웹툰을 만들면 되는데 왜 굳이 웹툰으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 '배움'에 진심이다. 78%의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위해서 정기적인 활동을 한다고 응답하였다. 그 활동은 2.5개 물론 그 활동이 유튜브, 독서 등 엄청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유튜브 채널도, 종이책도 아닌 웹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확장성이 좋다고 이대표는 대답한다. 웹툰은 아동에 한정하지 않고 성인으로 고객을 넓혀 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웹툰을 책으로 출판할 수 있고 이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컨텐츠로서의 확장성 역시 뛰어나다.


그렇다면 학습웹툰 그 자체는 어떨까? <살아남기 시리즈>의 경우 3,200만부 이상이 팔렸고 <Why 시리즈>는 8,600만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는 3,700만부가 팔렸다. 해당 시리즈들은 굉장히 오래전에 발간된 시리즈이지만 여전히 인기가 좋다. 교육 컨텐츠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인기를 오랫동안 구가할 수 있다.



Target


다른 웹툰 플랫폼과의 차별점은 '학습'이라는 테마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지식 습득 방법을 지향하는 회사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분명 처음에 아동용 학습 컨텐츠를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했지만 현재 이만배에 들어가보면 타겟층이 아동으로 설정되어 있는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는 한 가지 일화가 있다. 초기 투자자 중 하나인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가 말하길 자기 아이가 초등학생이긴 한데 그들이 소비하는 교육용 컨텐츠의 수준이 그렇게 낮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공룡의 생태>라는 학습만화책을 쓴 갈로아 작가의 사인회에는 어린아이부터 아저씨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존재한다. 즉 초등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컨텐츠나 대학생 수준에서 접하는 컨텐츠나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가설하에 현재는 대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컨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아이를 주된 소비층으로 정한다면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그들의 부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을 주 타겟으로 설정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학생들은 웹툰 유료 결재에 익숙하면서도 커뮤니티 활동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3040에게까지 입소문이 전달되고 이들이 자녀를 위해 교육용 컨텐츠를 소비하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그렇다고 아동용 컨텐츠를 아예 제작하지 않을 계획인것은 아니다. 이만배가 인지도와 브랜드를 가지게 된다면 본격적으로 아동 학습 만화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현재 베트남에서 먼저 이러한 시도를 진행중이다.



Business Model


스타트업에 대해 글을 쓰면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그들의 비전과 다가올 밝은 미래에 대해 적기 시작하면 모든 회사가 다 애플이나 아마존같이 성장할 것 같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망한다. 말은 누구나 그럴듯하게 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웹툰....!! 한국 웹툰이 그렇게 핫하다던데 그렇다면 꽤 전망이 밝은 시장이 아닌가? 사실 그렇지 않은것 같다.

이대표는 웹툰 사업은 망했다라고까지 표현을 한다. 아니 그럼 왜 하는거....??



10여년전 한국 웹툰 회사들이 투자를 받으면서 모두들 한국의 디즈니, 마블이 되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디즈니, 마블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네이버 웹툰이 이제야 흑자가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다른 플랫폼은 적자가 만연해있다. 마블이나 디즈니를 보면 결국 IP가 해답임을 알 수 있다. 이 IP를 활용해서 영화, 애니메이션, 다양한 상품 등 여러 방면으로 파생되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의 웹툰 시장은 여전히 이 웹툰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명 웹툰의 경우 해당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이나 굿즈등 다양한 2차 저작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 시장은 아직 부족한것이 사실이다.


또한 많은 웹툰 작가들이 애니메이션 시장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훌륭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있지만 아직까지 웹툰이나 만화를 기반으로한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지 않는것이 의문이기도 하다.



Prospect


넷플릭스와 디스커버리의 매출총이익을 비교하면 디스커버리의 매출총이익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만큼 교육 컨텐츠는 생각보다 그 저력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품들은 완결이 되고 나면 그 인기가 금방 사그라드는 반면 일본의 유명 만화들은 그 인기를 아주 오랫동안 구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대표가 회사의 이름을 노틸러스(세계 최초의 핵잠수함)로 지은 이유는 한 번 연료를 넣으면 30년동안 운행이 가능하듯 오래 가는 컨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정은 꽤나 험난해보인다. 우선 교육용 웹툰이라는 컨텐츠가 어린아이부터 3040까지 다양한 소비자 층을 아우를 수 있는 컨텐츠이긴하나 영상 컨텐츠가 각 연령대를 좀 더 확실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디즈니나 마블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교육 컨텐츠에서  일본의 원피스, 나루토, 블리츠 혹은 슬램덩크나 드래곤 볼과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뽑아낼 수 있을까....?? 


차치하고 이만배에서 <Why>,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작품이 등장할지도 의문이다. IP, 2차 창작물 등 그 모든것들이 일단 원작이 잘 되었을때의 이야기니까...



Epilogue


이만배 댓글창을 보면 여러 독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다양한 토론을 나눈다. 댓글창이 마치 지식을 탐구하는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것이다.


쉽고 재밌게 학습하자는 취지는 너무 좋고 신선하다. 그리고 웹툰이 어떤 주제에 대해 처음 공부할때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해당 주제에 대해서 깊게 배우고 싶으면 웹툰은 매우 부족한 매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작품 그 자체로 접근했을때 역시 더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는 웹툰에 비해 교육이라는 주제는 그닥 경쟁력이 없어보인다. 


그렇지만 이성업 대표님이 웹툰 산업에 매우 잔뼈가 굵고, 어린이 교육 컨텐츠가 영상에 편중되어 있는 이 시장에서 웹툰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시도는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적다보니 꽤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쓴 글보다는 분명히 해당 업종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훨씬 많은걸 알테고 그 분들이 가능성을 봤으니 제발 내가 나중에 나의 무지함을 후회하도록 좋은 컨텐츠를 많이 만드셨으면한다.


노틸러스 화이팅, 이만배 화이팅, 이성업 대표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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