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간과되고 있는 1/3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줄 기업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
잠은 죽음의 사촌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잠을 자는것을 시간낭비로 치부하고, 잠을 적게 자는걸 열심히 사는것과 동일시 여기곤 한다.
고3의 나 역시 그러하였다. 수능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충분한 잠을 터부시여기는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CPA를 준비했을때 난 충분한 잠을 잤고 그때 느꼈다. 고3때도 이렇게 좀 잘걸...
많은 학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워지면서 이제는 잠의 중요성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
부족한 잠은 학습, 기억, 기분, 반응속도에 문제를 야기하고 더 나아가 염증, 환각, 혈압상승으로 이어지며 당뇨와 비만까지도 연결된다.
만성적으로 6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뇌졸증에 걸릴 확률이 4.5배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을정도이다.
우리는 인생의 1/3정도를 잠을 자면서 보내는데, 그 비중에 비해 너무 잠에 대해 무지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잠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슬립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다.
이동현 대표가 슬립테크와 관련하여 창업을 하게 된 계기도 CES를 가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분야를 봤더니 그게 바로 슬립테크였다라고 할만큼 최근 급부상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슬립테크와 관련된 스타트업 "에이슬립"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이슬립은 스마트폰의 스피커로 수면 중 발생하는 소리를 입수하고 이를 분석하여 데이터를 만든뒤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기업이다.
에이슬립의 경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병원 장비의 86%가량의 정확도로 잠을 분석할 수 있다. 병원에서 수면 검사를 하려면 입원을 한 뒤 20개가 넘는 센서를 부착해야하지만 에이슬립은 단순히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되니 매우 편리하다.
이동현 대표는 "좋은 잠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수면을 정량화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면 검사하는 기기를 전부 구매하여 기존에 어떠한 방식으로 검사가 이루어져있는지 연구했다고 한다. 이때 '소리'라는 정보가 대학병원에서 측정하는 복부의 움직임, 입에 센서를 달아 측정하는 공기의 흐름, 흉부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또한 수면을 측정하는 장비는 쓰기 편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잘때 여러 장비들을 덕지 덕지 착용하기 보다는 스마트폰 한 대만으로 충분하다면 이는 엄청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어떻게 소리만으로 수면의 질을 파악하는것이 가능한것일까? 바로 인공지능을 통해 다양한 수면 데이터를 학습했고 이를 통해 수면중에 발생하는 소리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정밀하게 분석하게 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_fpEiPT1Jc
여기서 수면의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하는 이동현 대표의 일화가 정말로 재미있다. 처음에는 불면증 환자 혹은 코골이가 너무 심하다며 병원에 찾아가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고(영상보면 알겠지만 천재는 또라이라는게 정말 맞는말인것 같다) 수면 데이터를 받으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거절을 무릅 쓰고 계속해서 수면 데이터를 요청한 덕에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의 승인을 얻어 환자의 동의하에 수면 검사를 받고 있을 때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1년 동안 데이터와 의사의 진단을 비교해나아가는 과정을 진행하였고 결과를 확인해보니 의학 전문가들이 인정할정도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수면의 사운드로 수면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판도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을 데이터화하는것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돈을 벌 수 있을까?? 수면의 상태를 수치화하여 보여주는것 그 자체는 처음에야 신기하지만 나중에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수면의 질을 측정했다면 이를 개선시켜줄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에어컨이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서 자동적으로 온도를 바꿔주던가, 조명의 밝기를 바꿔주는가 등의 사업모델말이다.
에이슬립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능력만으로는 그러한 사업을 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LG전자, KB헬스케어, 삼성생명, 필립스와 같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수면 장애 인구는 약 70만명에 달하는것으로 알려져있다. 뭐든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지만 다행히(?) 수면 장애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면 장애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욱 심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매우 많다는 의미이고 이들 하나 하나가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비전게인은 슬립테크 시장이 2022년 16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2% 성장해 2033년에는 1,07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2032년 시장 규모가 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수면 데이터를 보여주는것은 무의미하다. 이를 통해 부가적인 서비스, 즉 SaaS(Sleep as a Service)가 되어야 한다. 우선 침구류와 같은 가전에서의 혁신이 있을 수 있다. 고객의 수면상태에 따라 조명,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하는 남주혁과 같은 기능을 도입할 수 있을것이다.
또한 헬스케어 분야까지 이어질 수 있을것이다. 혈당, 운동량, 우울, 식습관, 뇌 건강 등 수면과 관련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통해 식단, 운동법 등등 명확한 솔루션 제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래를 최대한 낙관적으로 보았을때의 이야기이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11916111516620
에이슬립 지난 3년간 적자 규모가 크게 늘었고 재무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구조조정 및 CEO 교체를 단행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목표이다.
이동현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 좋게 말해서 사람이 열정이 가득한 소년의 모습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놈같다 확실히 주변에서 보기 힘든 순수한 꿈과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인듯 하다. 이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서 느껴지는 공통된 특성인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사업가가 될 수 있다.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당연한 것을 저항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삶의 큰 행복이라 말하는 에이슬립의 이동현 대표는 평가가 어떠하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말을 증명해서 일론 머스크가 되던가 아니면 현실을 깨닫지 못하는 철없는 몽상가이거나 둘 중 하나이지만 끊임 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에이슬립이 지금의 경영난을 이겨내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슬립테크 시장의 지배자가 될 수 있을까? 에이슬립 화이팅, 이동현 대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