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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Apr 19. 2023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불편한 마음 수색하는 중 ㅡ 5화.

  우린 살아낸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각자의 삶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묘하고도 신기한 여정인데 바로 자신만이 아는 이야기고 자신이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소중하며 독특하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을 자연스럽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말함으로 주위사람들웃음을 주고받고 있다면 살만한 세상인 것이다. 때로는 사건 또는 상황의 파동이 가벼운 오해로 말다툼이 생겨 서로  풀어내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알아지니 편안해지기도 한다. 어느 것은 희미해져 해프닝으로 툴툴 털어 벌이고 며칠 혹은 몇 달 뒤 '우리 그때 왜 그랬지? 참 철없었다!' 또는 '내가 그렇게까지 할게 아닌데 좀 그랬어!'라며 서로 이해하며 추억거리로 남아 부정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정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된다.


한편으로는 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을 겪는다. 아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주위사람은 아는데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인데 그것이 충격적인 사건(성폭행,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으로 경계를 침범당한 경험과 준비하지 못한 가까운 사람의 죽음 목격, 또는 그 외 끔찍한 날벼락인 전쟁과 재난 및 재해 사고 등으로 인한 반응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것일수록 더욱 영향을 미친다. 거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 파고들어 삶의 태도나 방향도 달라지게 한다.


자신에게 맞닥뜨린 일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는 주변사람이 꺼내 놓지 못하게 일이라면, 수십 년을 가슴에 묻고 입 밖으로 내지 못했고, 당시 충격 때의 압도감이 붙잡고 있어 상황을 지우고 말하는 것조차 잊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생존전략만 존재하기 때문에 건강한 모습으로 사는 것을 상실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속에서 잊고 있는 것 같지만, 또는 괜찮다고 웃고 있지만, 영리한 뇌는 삶의 어느 찰나에 툭 튀어나와 혼선을 빚게 하거나 필름을 끊어놓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 여파는 나의 의지와 다르게 나타나는 행동과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자기 조절의 방향을 잃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살아가다가도 어느 순간에  툭 튀어나오는지, 무엇과 연결되어 삶의 근간을 위협하는지 전문가의 도움으로 알아내 편안함과 안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말할 용기가 있을 때 가능해질 것인데, 말하지 못한 이유를 주위사람들은 모른다. 많은 시간이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대인 관계의 어그러짐에서  또는 벌어진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 비로소 심각성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마침 이 상황을 이해하고 바라봐 주는 주위사람의 지지체계 도움이 있다면 시작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순간은 회복의 시작이며 반은 성공이다.


치료의 시작에 정신과 의사나 상담자를 만나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꽉 차서 어느 때는 주저리주저리 뱉고 나면 멋쩍음도 있고 부끄러움도 있다. 아주 중요하고 깊은 내면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면 잊고 싶었던 고통의 기억수치심이 함께 올라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수치심이 본인 스스로 견뎌 내기 힘들 때와 기억이 되살아남으로 인한 고통이 증폭될 때 상담이 중단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들여다보고 마주하며 말한다는 것은 고통과 수치심보다 살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더 크기에 용기를 빌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이때 바둥대는 아픔의 깊이는 말하는 사람만이 안다. 때론 자신의 상황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스스로 모를 때도 있기에 듣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일상생활을 온전히 잘 해내다가도 기관장이나 나보다 지위가 있는 사람이 강압적인 말투나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면 굳어 버려 대답을 못하고 얼어버리는 일이 있었다. 강아지를 보거나 으로 다가오면 숨은 멎고 심장이 널뛰며 나무토막처럼 다리가 꺾여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나의 능력과 업무의 경계를 치고 들어오면 무시받았다는 느낌을 받고 좌절감으로 인한 우울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나의 행동이 나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아 상당공부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그 자원으로 여러 상담자를 만나 원인을 찾고 자기 조절을 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지낼 수 있었다. 주변에 이와 비슷한 일을 접하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다면, '아픔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관심을 갖고 이해하거나, 살펴 도움을 주면 간절히 필요할 때니 말할 용기를 갖게 할 수 있다.



     함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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