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한다.
집에서 혼자 가만히 있는게 외롭다기 보다는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어지러워진 집을 조금씩 치우고, 점점 정리되는 걸 확인하는 게 행복하고 산뜻했다.
문득 '이제 다시 연애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하니, 남자친구가 생기면 주말에 만나야 할 텐데...
주말에는 뒹굴뒹굴 소파나 방바닥을 구르다가 저녁쯤 산책이나 하는게 제일 행복한데?!
대체 그동안 나는 그 귀찮은 연애를 어떻게 했던 거지?
비연애기간이 5년을 넘어가면서 혼자만의 시간은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재미있는 TV프로그램도 '나혼자산다'
그야말로 나는 '나 혼자' 즐겁게 살았다.
그러던 중 일을 하다가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됐다.
진지하고 재미없게 생긴 첫 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굉장히 평범해 보였지만, 또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느낌도 드는.
늘 여러명이서 함께 봤기에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은 별로 없었다.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도 튀지 않고 조용해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에 있었는지 기억도 흐릿하다.
그러다 하루는 둘이서만 밥을 먹게 됐다.
과묵한 줄만 알았던 남자는 생각보다 말이 많았고, 예상을 뛰어넘어 더 재미가 없었다.
가끔 흥미로운 얘기도 있었지만 웃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줬고,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당시 나는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남자는 자신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 했다.
나는 자취를 10년 넘게 했지만 요리를 잘 못했는데, 남자는 요리를 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한 파스타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요리를 잘하고 사진찍으면, 굉장한 음식 사진이 나오겠는데!?
남자가 자신있게 휴대폰 사진첩에서 뭘 찾더니 내게 내밀었다.
엥.
저기요. 이거 맞아요?
파스타는 커다란 후라이팬에 먹음직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한가득 담겨있었다.
요리 잘하고 사진도 잘 찍는다면서요?
순간 나도 모르게 "너무 맛없어보이는데요?"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난 원래 친한 사람에게도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안 친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네?!???? 그래요????!??!"
남자는 당황한 듯, "잠시만요" 하더니 다른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거 잘 찍은거 많아요. 기다려 보세요."
남자는 진심으로 당황한 듯 사진을 찾기 시작했고.
하하하하하.
나는 그 진지한 모습에 처음으로 웃었다.
이 남자 뭔가 좀 이상한데?
평소에는 똑똑하고 진지하고 조용한 줄만 알았던 남자가 조금 이상해보였다.
그렇게 둘만의 첫만남이 마무리 될 때쯤,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는 둘이서는 밥 먹지 말아야지.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