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과 더 작은 엄마- ④ 무뚝뚝한 찐빵

by 콩당콩당

엄마는 몹시도 무뚝뚝하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경상도 남자들보다 더 말수가 적고 감정을 표현에 서툴다. 40여년의 인생을 사는 동안 엄마가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사는 지역이 다르다 보니 종종 영상통화로 소식을 전하곤 하는데, 엄마는 멀뚱히 화면을 바라보고만 있다. 요즘은 영상통화가 조금 익숙해졌는지 화면이 켜지면 웃는다. 하지만 별말은 없다.


“엄마는 할 말 없나?”

“으. 드가자 (응, 끊자)”

“어째 그리 맨날 할 말이 없노?”

“없지 뭐. 뭔 할말이 있노.”

대체로 이런 식이다.


내가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내 방문을 열 때의 용건은 대략 네가지 정도가 전부였다.

“인나라.”

“청소하게 나가라.”

“밥 무라.”

“간식 무라.”


엄마의 대표적인 간식은 찐빵이었다. 겨울 어느날, 안방 아랫목에서 막걸리 냄새가 폴폴 나면 찐빵의 신호였다. 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만든 반죽을 따뜻한 안방에 하루 정도 뒀다가 적당히 부풀어 오르면 찐빵을 만들었다.


찐빵을 만들기 위해선 팥도 필요했다. 엄마는 티비를 보며 팥을 보자기에 펼쳐놓고 상하거나 깨진 팥을 골라내고 성한 팥을 따로 담았다. 그렇게 준비한 팥을 냄비에 설탕이랑 소금이랑 넣고 폭폭 삶으면 집안에 달큰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찐빵을 하는 날이면 나도 거들었다. 만드는 걸 하나라도 도와야 빨리 완성돼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빵의 모양은 투박하고 팥소는 거칠었지만 특유의 맛이 있었다. 요즘은 매끈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파는 호빵보다 엄마의 투박한 찐빵이 더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엄마는 찐빵을 만들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만드는 건 이제 귀찮단다. 요즘 엄마는 “사먹는 게 제일 편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엄마는 그동안 그토록 귀찮은 일을 자식들을 위해 했던 거구나, 싶었다.


“엄마 우리 줄려고 매년 찐빵을 그래 만들었던 거라?”

“...참 맛있어.”

“응?”

“내가 만든 게 참 맛있어”


엄마는 자기가 만든 찐빵이 본인 입맛에 맞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참 맛있게 만들었고. 자식들 몫까지 더 많이 만들어야 하긴 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매해 겨울이면 자신이 만든 찐빵 맛이 그리워졌단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 나조차도 종종 생각날 만큼 만족스러운 음식, 그게 엄마에게는 찐빵이었던 셈이다.

자칫 엄마에게 과도한 모성애 프레임을 씌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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