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고둘기입니다. 아, 고독한 도시의 비둘기라는 뜻이에요.
왜 고독하냐구요? 아무도, 아니 대체로 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저희 종족, 즉 비둘기를 싫어합니다.
누군가는 징그럽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람들이 흘린 과자나 빵 부스러기 따위를 노리며 뒤뚱대는 모습이 한심하다고도 합니다. 일부는 극단적으로 더럽다며 발로 차는 시늉을 하기도 합니다.
용케도 위기의 순간에는 파닥파닥 빨라지는 날개가 없었다면 저도 몇 번은 얻어맞았을 테지요.
뭐 이해는 합니다. 생김새가 다른 데서 오는 낯섦과 징그러움이 있을수 있죠. 저 역시 굳이 거추장스럽게 옷이라는 것을 입고 저마다 다름을 뽐내는 인간 종족이 처음엔 매우 낯설었으니까요.
옷 얘기를 하니 생각나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네요. 겨울 어느날에 사람들이 검은 애벌레 같은 옷을 입고 다니기에 깔깔 웃었었지요.
우리가 아무리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길들여졌다지만 태생적으로 애벌레를 보면 군침은 흘리는데 검은 애벌레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썪은 애벌레 같이 시커먼 옷이라니 군침도 돌지 않고. 단체로 우리 비둘기들을 위해 개그 축제라도 하는가 싶어 피식피식 웃고 있는데, 그것이 롱패딩이라는 것이라더군요.
네에, 맞습니다. 대체로 거위털로 만들어졌다는 그 패딩. 저는 금세 숙연해졌습니다. 동료 비둘기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사돈에 팔촌쯤 되는 거위들의 희생도 몰라보는 새대가리가 될 뻔했습니다.
대형 애벌레 안에 갇힌 새라니. 인간들은 아이러니를 만드는 데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을 좋아하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의 대화 듣는 일이 제일 즐겁습니다. 공원 벤치 옆이나 흡연구역 근처 전깃줄 위에 앉아 있으면 아주 비밀스럽고 재미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거든요.
어떤 이는 제가 과자부스러기라도 바라는 그저 그런 비둘기인 줄 알고 쫓아버리려 하지만 꽤나 흥미로운 얘기를 할 때는 제 존재를 신경도 쓰지 않는답니다. 고로 이 빌딩숲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가 바로 저, 고둘기일겁니다.
이것이 비둘기들조차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가 고독한 이유입니다. 인간들의 곁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빵부스러기처럼 주워 듣다보니 어느 순간 제게도 꿈이라는 것이 생겼거든요. 저는 말이에요. 아침마다 서류 가방을 들고 어느 네모난 빌딩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싶답니다.
아침마다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행렬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되나요? 목적 없이 흘러가는 듯한 하루하루가 쌓여 그런대로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과정에 속하고 싶은 마음. 저는 오늘도 감전의 위험이 도사리는 전깃줄 위에서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지만 어느 날은 제법 괜찮은 당신들의 일상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