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비자가 제한한 직장 선택의 폭 II (F-1 -OPT)
졸업과 OPT, 그 사이의 난관
대학원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벌었다고는 하지만, 실상 그 시기에도 F-1 비자로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졸업 발표를 몇 주 앞두고 나서야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니, 지금 돌이켜보면 참 철없고 무계획적인 삶이었다. 졸업 후 포닥(Postdoctoral Research) 계약을 앞두고도 OPT 허가 승인 여부를 모른 채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
OPT 신청 후 USCIS (U.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에 연락해 보니, 90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문의하지 말라는 안내가 있어 3-4시간 연결음을 들었어도 막상 지원한 날짜를 이야기면 90일 지나지 않았으니 기다리라는 답변이었다. 90일, 즉 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무 정보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OPT 카드는 시작일보다 약 한 달 늦게 발급되었고, 포닥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다. 미국 행정 절차의 느림 덕분에, 그리고 허가 지연이 워낙 흔한 일이어서, 한 달 늦게 시작하는 일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절한 OPT 신청 시기란 있는 것인가?
학교에서는 졸업 90일 전에 미리 OPT를 신청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STEM 전공자는 OPT 기본 1년에 추가로 2번의 2년 연장이 가능하지만, 비-STEM 전공자는 연장 기회가 없기에 미리 신청하면 그만큼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 고작 1년도 채 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졸업생을 고용하려는 고용주는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신청을 최대한 늦추려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OPT 승인 시기를 직장 시작일과 정확히 맞추기 어렵고, 특히 대학원생의 졸업일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연구는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지도교수와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졸업 일정이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연구비 부족 등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졸업을 독려받는 경우도 있어 졸업과 OPT 일정을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다. 고용을 하는 곳에서의 배려가 없다면 많은 기간을 기다림으로 소모될 수밖에 없는 경우다. 물론 Premium processing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 3배다. 이미 OPT 비용이 2024년 기준 $470인데, $1685을 내고 Premium processing fee를 지불해야 하는데, 가난한 유학생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진정 미국에서 딴 학위로 미국 내에서 커리어 개발을 원한다면 내가 가진 학위, 그동안의 학업적 성과를 토대로 영주권 획득을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 난민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추방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리고 백만 불 정도를 사업성 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 이상, 영주권 신청은 EB (Employment-based immigrant visa)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우선 앞의 여러 난관을 뚫어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 시도가능하다. 하지만, 우선 직장에 발을 들여 놓았다면, 고용주의 지원 없이 스스로 영주권을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학원 특히 STEM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관대하게 주어지는 혜택이지만 주변에 실제로 STEM분야가 아니지만 직업의 특이성이나 개인의 브랜딩화로 NIW(National Interest Waiver)를 통해서 개인 스스로가 고용주의 soponsership 없이 영주권을 취득하는 여러 사례를 보았다. (영주권관련해서는 따로 더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
필자의 경우, 다행히 포닥으로 이직하는 과정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갔지만, 지금 돌아보면 현실의 장벽을 더 일찍 마주하고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는 운이 좋았다며 안도했지만, 사실 막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나와 진정한 돌부리를 마주하기 전이여서 최대한 피해서 다녔다. 그 사이 시간은 내 앞의 돌부리들이 바위가 되어 쉽게 깨지 못할 만큼 커져 있었다. 앞장에서 언급했듯 너무 무지해서 졸업 후 영주권도 신청하지 않은 채, 1년의 OPT기간을 흘려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2016)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직장을 잡을 기회를 줄인다고 생각했었고 그러기에 OPT 연장혜택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래서 아예 미국 연구소는 지원도 하지 않은 채 한국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의 돌부리들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맞는 게 인생에 좋은 거 같다. 그리고 그 돌부리들은 피한다고 피해 지지 않는다. 시간과 함께 더 단단해지고 커질 뿐이다. 현실은 피하기보다는 빠르게 깨닫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졸업과 함께 미국인지 한국인지를 빠르게 정하고 그 결정에 맞는 전략을 짜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