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미국 이민자의 삶

3.비자가 제한한 직장 선택의 폭 I (F-1 비자)

나의 미국 생활 첫 시작

내 미국 생활은 어학원 F-1 비자로 시작되었다. 6개월의 짧은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 대학에 복학한 후 교환학생으로, 또 미국 대학으로 편입하면서 F-1 비자와 I-20를 들고 미국과 한국을 오갔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고, 나처럼 계속 학교를 옮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서 매번 학교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F-1 비자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비자 신청 비용, 서류 준비, 그리고 길고 긴 대사관 앞 줄 서기를 반복하면서도 새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던 기억이 난다.

어학연수생에서 유학생으로 신분이 바뀌고 나서야 발급된 비자의 유효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미국에 체류할 때 중요한 건 새로 발급받은 비자가 아닌 유요한 I-20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F-1 비자로 미국에서 살아남기

F-1 비자로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다. 늦게 시작한 유학생활 덕에 언어장벽과 새로운 교육시스템에서 살아남느라 바빴기에 당시에 나는 비자의 제약을 느낄 수 없었다. 단순히 학업만 따라가는것도 벅찼기에... 하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직장을 찾아야 할땐 역설적이게도 공부만 했기에 "멋진" 직장, 아니 아무 직장도 구할 수 없었다. 다만, 운이 좋게도 (선택사항이 없었기에 자연적인 선택이였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방향은 학부 졸업 후미국 회사 취직이 아닌 대학원 입학 이었다. 다행이 놓친 기회를 다시 만들 수 있을 시간을 벌었다.


F-1 비자의 한계

미국에서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학부 과정에서 인턴십이나 방학 중 업무 경험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F-1 비자는 이 과정에서 상당한 제약을 초래한다.

인턴십을 위한 CPT 허가

F-1 비자로 인턴십을 하기 위해서는 CPT(Curricular Practical Training) permit이 필요한데, CPT를 받으려면 반드시 인턴십 오퍼레터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을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인턴십 공고는 보통 학기 중 시험 기간과 겹쳐 발표되며, 어렵게 면접을 통과하더라도 비자 문제가 남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난제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특히, 좋은 직장의 인턴십일수록, 고용주 입장에서는 인턴십이 정규직 입사의 프리퀄

Google 검색 : What should international students on an F-1 visa do to secure an internship?

(prequel)로 여겨진다. 인턴십 기간 동안 주어진 프로젝트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졸업 후 정규직 오퍼로 이어질지가 결정된다.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의 활용

그래도, F-1 비자 소지자는 졸업 후,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통해 1년간 일을 할 수 있다. STEM( a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전공자는 OPT를 추가로 2년씩 두번 더 연장할 수 있어 최대 5년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STEM이 아닌 전공자는 OPT신청 후 직장을 찾고 면접을 보고 오퍼를 받기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1년내에 직장을 구하고 비자스폰을 해줄 만한 인재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학위를 따지 않는 이상 기회가 없다.

STEM 전공자도 현실은 비슷하다. 기업은 신입 직원에게 1~2년의 트레이닝 시간을 투자해 회사에 맞는 인재로 키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OPT이후의 비자문제를 회사가 떠안아야 한다. H-1B 비자 혹은 영수권 스폰을 회사 측에서 준비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H-1B 비자의 문제점

물론, 여기까지 여러 어려움을 뚫고 온 자라면 충분히 훌륭한 인재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은 H1-B비자는 전적으로 추첨제로 운에 100% 의존해야 한다. 또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영주권은 기업이 해당 직원이 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인재임을 증명해야만 승인된다. 즉 고용주가 특정 직택에 대한 최소 자격요건을 갖춘 미국 내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외국 노동력이 필요해서 이민을 통해서 고용하겠다는 정당성을 확보해야한다. 넓고 넓은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인재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렇기에 이를 증명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작용한다.

최근 대기업들도 점점 비자 스폰서십을 줄이는 추세다. Meta는 영주권 스폰서를 시도했지만 실패 사례가 많았다는 보도가 있으며, 이는 고용주들이 더 이상 비자 스폰서십을 부담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을 보여준다.

실제로, 요즘 job opening posting을 보면 일할 수 있는 비자소지자만 지원하라는 문구가 생겨 났다.


돌부리 피해 가는 법:


만약 학부 유학만을 목표로 준비했다면, 제도적 제약과 기업의 선호도로 인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학부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초 지식을 탄탄히 쌓는 동시에 성적 관리, 진로 방향 설정, 그리고 비자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장벽은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넘을 수 있는 장벽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하면 비자 문제와 같은 외부 요인에 직면했을 때 다른 장벽들의 높이를 미리 낮춰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1. 내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은 과감히 포기하기

1, 2학년 때는 비자가 필요 없는 한국에서의 인턴십에 집중한다. 이 시기의 인턴십은 미국에서 하더라도 졸업 후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미국에서 인턴십을 할 필요가 없다. 대신 한국 대기업에서의 인턴십 경험은 기초를 다지는 데 효과적이며, 이는 3, 4학년 때 본격적인 인턴십 경쟁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 경험은 이후의 인턴십 기회에서 경력 없는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실무 경험은 자신의 진로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도 기여한다.

2. 네트워킹 및 스스로의 강점 알리기

이와 동시에, 링크드인을 활용해 관련 분야의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진로와 관련된 경연 대회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스로를 알리는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는 나중에 비자 스폰서십을 진행할 때도 중요한 자산이 된다.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인재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관련된 경험과 경력을 문서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성과나 추천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학부 과정에서 유학생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초반 학년 동안 국내에서 경력을 쌓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이다. 이를 통해 3, 4학년 때의 인턴십 경쟁력을 높이고, 졸업 후 비자와 취업의 장벽을 넘는 데 필요한 강점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넘을 수 있는 장벽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돌부리 극복기:

학부생 시절의 나는 비자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전에 언어라는 커다란 바위와 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비자 문제와 마주할 여유도, 그것을 해결할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나의 목표는 학부 졸업 후 취업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이었다. 다행히도 대학원 진학을 통해 새로운 F-1 비자를 받으며, 유학생으로서의 삶을 5년 더 안전하게 연장할 수 있었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2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늦깎이 유학생활은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부 연구생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은 분명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에게 "잘 견뎌냈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몇 안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대학원 입학 전 여름방학 동안 인턴십에 도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그 시기에 인턴십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았다면, 전공 선택이나 미래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학부 졸업 후 한 달간 아무 걱정 없이 푹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1학년 때 약간의 번아웃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는 쉼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실질적인 경험을 조금 더 쌓아 미래를 준비했더라면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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