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40세의 성장통 III
성장통 I, II가 감지되기 시작하면
마지막으로, 그동안 숨어 있던 성장통 III이 발동된다.
성장통 I과 II가 겹겹이 쌓이면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질 때면
늘 거울 속에서 보던 ‘나’가
어느 순간 낯설게, 못나 보이고 초라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성장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종류가 아니라
오히려 시간과 함께 더 커지는 힘을 가진 것 같다.
특히 40대에 접어들면서
‘노화’라는 강력한 파워업을 받아
더 깊고 날카롭게 나를 찌른다.
앞선 성장통들로 메타인지는 이미 극도로 활발해져 있는데,
매일 세수를 할 때마다,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거울 속 모습에서
변화가 더 선명하게 읽힌다.
예전보다 분명 먹는 양은 줄었는데
몸무게의 숫자는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올라
이젠 외면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고,
분명 ‘근육일 거야’라고 믿어왔던 곳들이
말랑하게 변해 더는 변명할 수 없는 ‘살’이 되었고.
이젠 ‘새치’라고 넘길 수 없을 만큼 늘어난 흰머리,
조금 오래 집중하면 서서히 흐릿해지는 시야.
그 모든 변화가 한 줄로 이어지며
40대가 되며 가장 강력해진 성장통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찌른다.
외모에 대한 성장통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꾸준히 품고 살아온 통증이다.
그나마 이 성장통은
다른 성장통들보다 의학적으로, 정신적으로, 혹은 물질적으로
‘치유’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나는 지금까지 늘 정신승리로 그 통증을 덮어왔다.
믿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끌어올리거나,
언젠가 다이어트를 성공하리라는 막연한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
하지만 이젠, 그런 정신승리가 통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40대라는 지점에 서 보니,
더는 가릴 수만은 없고
이제는 마주 보고, 인정하고, 그리고 필요한 만큼 치료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