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40세의 성장통 - 치료일기
성장통을 인지하기 전까지,
나의 이 병세는 그저 감정 기복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2–3년 동안 불규칙하게 찾아왔었다.
그러다 최근 1년간은 그 빈도도, 강도도 점점 더 거세졌다.
더 이상 무시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감정 상태가 되어서야
나는 성장통을 마주하기로 선택했고, 그 선택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나에게 가장 큰 통증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나니
이제는 치료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하나씩 나의 변화를 만들어보려 한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통증들도
아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두려움 뒤편에
‘희망을 믿고 있기 때문에’ 이 통증이 찾아온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희망이 조금 더 커질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하루하루 힘을 내보려 한다.
아직은 인생의 성장기이니까.
오늘의 작은 성장이 결국 내 삶을
조금 더 밝고 단단한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을까.
요즘 내가 사는 미국 중부의 작은 도시 도서관에
한글책 코너가 생겼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최태성 작가님의 《역사의 쓸모》가
한 한인 교회의 기부로 들어왔길래 곧바로 집어 들었다.
이 모든 상황이 꼭 ‘우주가 나의 성장을 돕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역사가 흘러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다가와요.
말하자면 역사는 실체가 있는 희망입니다.
아무 근거 없이 버텨보라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조금만 더 멀리 보세요.
지금은 두렵겠지만,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세상도 변하는데, 나의 인생이라고 늘 지금과 같을까요?”
책 속에서 소개되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의 삶을 바라보니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쌓여 만들어낸 ‘지금’을 통해
나 역시 희망을 다시 배워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도,
성장기의 끝에 서 있을 미래의 내가
조금이라도 내가 그려온 이상에 가까워져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 성장통이 조금은 작아져 무뎌져 있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