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미국 이민자의 삶

3. 비자가 제한한 직장 선택의 폭 IV - 영주권 취득 전/후 다른 점

영주권 취득 전과 후의 직업선택

영주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F1 비자로 11년, J-2 비자로 4년을 미국에서 보냈다. 당시에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에 비해 약간의 불이익은 있겠지만, 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 여러 취업 비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사고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

포닥(PostDoc)까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왜냐! PostDoc까지는 교육과 연구 트레이닝이란 목적으로 저임금의 외국인 연구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National lab의 정규직 연구원, 대학 교수, 또는 기업의 정규직과 같이 정당한 급여와 복직가 제공되는 일자리는 영주권이 없으면 사실상 경쟁에 참여할 수도 없었다. 영주권은 그 자체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입장권(ticket)이라는 것을, 영주권 취득 후 여러 번의 취업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영주권이 없다면, 내 역량을 보여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 요즘 들어 지원서 마지막 페이지에 비자 스폰서십 유무를 묻는다. 즉, "will you need visa sponsorship?"의 질문에 YES를 선택하는 순간, 내 지원서는 자동으로 "탈락" 파일함에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에도 한국의 "좋좋소"같은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런 회사들은 비자 스폰서십을 핑계로 연봉을 대폭 낮추거나, 때론 무례하게 대하더라도 쉽게 나갈 수 없음을 알기에 불공정한 대우를 당당하게 하기도 한다.


영주권의 혜택은 비단 취업 경쟁 문턱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정리해고 상황에서도 다르다.

정리해고를 당해도 다른 비이민 취업비자처럼 90일 안에 혹은 30일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업수당(unemplyment benefits)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CA에서는 12개월 이상 full-time으로 근무했고, 영주권이나 혹은 고용 제약이 없는 비자(e.g EAD)를 소지했다면, 최대 26주 동안 매주 $450씩 받을 수 있다. 물론, 매주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한 주 동안 어떠한 구직활동을 했으며 누구와 인터뷰를 했는지, 혹은 구직을 위해 어떤 수업이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신청했는지 자세히 기록해서 제출해야 한다. ( 실업수당 신청 및 받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이야기겠다.)


나의 돌부리 극복기:

2023년 3월, Silicon Valley Bank 파산(SVS Bank Run 참조:https://en.wikipedia.org/wiki/2023_United_States_banking_crisis)과 함께 팬데믹 후 스타트업 투자금의 위축이 공론화되었다. 그리고, 나는 4월 생애 첫 정리해고를 경험하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영주권 취득 후 정규직으로 근무한 지 1년 1개월 후에 발생한 일이었기에, Severance package(퇴직금 패키지)를 협상할 수 있었고, 실업수당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전과 다르게 정리해고 후 구직 활동 때 서류 심사 통과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이전에는 왜 포닥 외의 일자리는 지원 후 깜깜무소식이었는지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 대해선 추후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그때를 다시 생각해 봐도, 인생 첫 정리해고의 아픔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컸다. 그래서 조언보단, 마음이 많이 아팠을 그때의 나를 좀 더 괜찮다고, 따뜻하게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다만, 과거 팬데믹으로 인한 긴 경력단절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조급함이 결국 인생의 또 다른 자갈밭을 선택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그 당신의 나에겐 그것이 최선의 신중한 결정이었을 것이고, 또 그렇게 나를 벼랑으로 밀어 넣었기에,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음장, 다음장의 글이 생기었지만, 그때의 나에게 조금 더 나 자신을 믿고, 조금 더 신중하게 다음을 결정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싶다. 그랬다면 조금 덜 아프고도, 조금 덜 처절하게 나를 성장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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