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일상의 기록 - 2025. 12.31
2022년 한국에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후로, 나는 남편을 따라 주말마다 성당에 나가고 있다.
남편은 미국에 혼자 남겨졌던 시절, 그나마 성당에 다니며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며 다시 종교를 찾은 듯했다. 비록 나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배우자의 종교생활까지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에 아이와 함께 성당에 나가게 되었고, 어느덧 그 시간이 3년이 되어 간다.
신자가 아니다 보니 신부님의 말씀이 이어지는 동안, 그동안 억눌러왔던 나의 잡생각과 걱정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시간은 내게 일종의 정리 시간이다.
늘 그랬듯 통장 잔고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앞으로 얼마를 더 모아야 경제적 자립이 가능할지 같은 생각들로 예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올해 크리스마스 주일 미사에서는 그런 걱정보다 먼저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올해를 잘 버텨낸 나 자신에게, 함께 버텨준 남편과 아이에게, 그리고 무난하게 한 해를 살아낼 수 있게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문득 작년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 재작년은 또 어땠을까 떠올려 보았다. 근 3년 동안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늘 걱정과 불안, 현재의 삶에 대한 불만족 위에 내년에는 달라질 거라는 희망찬 다짐만 가득했지만, 그 다짐 옆에는 언제나 무력감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의 이 ‘감사’라는 감정이 유난히 낯설고, 또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것도 아마 나의 성장통 치료의 효과일까.
미사를 마치고 나와 부랴부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사한 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글을 쓰는 지금, 이제 몇 시간 후면 2026년의 시작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내년에는 무엇을 성취해야겠다는 리스트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올해처럼 건강하게, 그리고 한 발 한 발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구체적인 목록들이 떠오르지 않는 건 어쩌면 그런 리스트들이 현 삶에 대한 불만족과 그에 따른 무기력의 반증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마흔에 접어들며 그 다짐들이 그저 매년 마지막 날에 쓰는 형식적인 목록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2025년을 마치며, 다가오는 2026년은 건강하게 그리고 주변의 감사함을 느끼며 단단히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