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일지 2 - 내일을 위한 씨앗 심기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40세 성장통 치료일기

마흔의 성장통 치료를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간다.

첫 몇 주 동안, 나의 성장통에서 비롯된 불안들을 마주 보고 실제로 내 걱정과 불안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것들을 하나씩 걷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제, 불안의 씨앗들을 그대로 두는 대신 그것들을 보듬어 줄 새로운 씨앗들을 심어 보기로 했다.

알고 있다.
아무리 이러한 성장통을 마주 보고 확실히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매년 겪는 독감처럼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때를 대비해 예방주사처럼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도록,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보려 한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준비해 둘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나의 성장통의 뿌리가 서서히 자라는 동안, 과거의 나는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떤 것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니 몇 가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정리해 보니 대략 세 가지였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기.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 보기.

나를 사랑하기, 그리고 나의 가족을 사랑하기.

단, 이러한 나의 시도들은 역시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흔적을 남기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아마도 1년 치의 브런치에 남겨둔 글들이 과거의 내가 뿌려 두었던 씨앗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땐 인지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그 씨앗이 자라 오늘의 내가 이 성장통을 실제로 마주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2023년, 스스로에게 걸었던 ‘책 50권 읽기 챌린지’였다. 2023년 한국에서 다시 미국으로, 어바인에서 함께 살게 된 후 나는 하루 4시간 이상을 왕복 출퇴근하며 도로 위에서 방치되는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오디오북을 접하게 되었다. 어차피 듣는 거라면 차라리 목표를 만들어 보자 싶어 50권 읽기 챌린지를 시작했었다.

그렇게 무작정 시작한 챌린지 속에서 여러 책들을 만났고, 운전하며 무심히 듣던 중에도 마음에 와닿아 가슴에 오래 남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무리하지 않는 선”이라는 문구였다. 무리하지 않기에 오히려 오래, 끈기 있게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성장통이 시작된 후로는 책 한 줄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이제 다시 한번 시작해 보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볼 때마다 살이 불어 초라해진 나를 보며 스스로를 쿡쿡 찌르지 않기 위해 최근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체력이 조금씩 올라가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덜 지치고, 조금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
이 하루하루의 시도들이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다시 성장통이 찾아왔을 때 그때 분명 힘을 발휘해 줄 것이라 믿으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오늘도,
나의 성장통은 나를 발전시키고 있고, 내일의 나는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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