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40세 성장통 치료일기
마지막 나의 성장통 치료 처방전이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기.
이제는 말로만, 생각으로만 하던 것들을 실제로 해보는 단계다.
그동안의 치료를 통해 나의 재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소비 패턴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난하게 만드는 물건들을 하나둘 치웠다. 그리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겨 구매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미래 보험금’을 투자 계좌로 옮기며, 불안과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이제는 미래를 걱정하며 쓰던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의 여유를 나와 가족,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는 데 쓰려고 한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치료다. 아무리 계획과 다짐이 거창해도 결국 결과를 만드는 건 이 실행의 단계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래서인지 2025년은 유난히 운이 좋은 해처럼 느껴진다. 실행을 시작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시점이 다짐과 희망으로 가득 찬 새해와 겹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통과 시련을 겪으며, 그리고 브런치를 이어오며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처음엔 어색하고 버거워도 2주를 넘기면 조금 익숙해지고, 3개월이 지나면 일상이 되며, 6개월쯤 되면 어느새 버릇처럼 몸에 남는다는 것. 물론 그 사이사이에는 늘 고비가 찾아오지만.
실행 2주째인 지금의 일상은 이렇다. 주중에는 20분 정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주말에는 가족 모두 근처 공원에 나가 처음으로 가볍게 조깅도 해봤다.
유튜브나 방송을 틀어놓는 대신 음악을 틀고 책을 읽는 시간도 늘었다. 특히 남편의 독서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남편과 내가 책을 읽는 시간이 늘어나자, 아이는 아직 스스로 책을 읽지는 않지만 정신없는 게임 영상 대신 이야기가 있는 방송이나 영화를 보며 곁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언젠가는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들 날이 오겠지.
가장 큰 변화는 마음먹은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따가 놀아줄게”라고 말하며 화면을 틀어두고 핸드폰을 보던 시간을 줄이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바로 행동한다. 책을 다 읽고 감동이 남아 있을 때는 그 느낌을 바로 어딘가에 적어둔다. 눈에 들어오는 집안일도 미루지 않고 그냥 바로 해버린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하기 싫은 일을 미루면서 그 싫음을 계속 되새길 때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오래 걸리지 않는 것들은 바로 해버리고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지우기로 했다. 최대한 오늘을 충분히 살기로 결심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아직 몸이 적응 중이라 낮잠이 쏟아지거나 두통이 찾아와 남편과 번갈아, 때로는 같이 낮잠을 자야 했다. 다행히 연말 휴일이라 조금 느슨해질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부분이다.
역시 2025년은 운이 좋은 해다.
다른 때였으면 버거웠을 이 다짐들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었고,
그 과정을 응원해 줄 가족이 곁에 있었고,
무엇보다 변하고자 하는 마음과 체력, 그리고 희망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는 것.
이 모든 게 감사하다.
조급하지 않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오늘도 한 발짝 느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루에 집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