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일지 4 - 나에게 힘이 되는 것들...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40세 성장통 치료일기

성장통 치료 계획을 세우고, 처방전대로 생활한 지 3주째다.

새로운 것들을 루틴 화하는 데 가장 세게 찾아오는 첫 고비의 시기가 왔다.
더욱이 이 중요한 주에, 본사 출장으로 Denver에 5일 일정으로 오게 되었다.

평소에도 가족 세 명이 각자 맡은 일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해내야 하루가 평화롭게 흘러가는 구조인데, 그중 한 사람이 빠지게 되니 걱정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1년 만의 출장이라 낯설기도 했고,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보여왔던 나의 역량을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출장이 잡혀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프로젝트 일정은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가장 컸던 건, 치료를 시작하며 간신히 하루하루 쌓아가고 있던 나의 루틴이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이번 주는 출장 전부터, 그리고 지금 이곳에 와서까지 계속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치료 계획들이 아직은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장 첫째, 둘째 날은 본사에 출근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직접 보니, 회의나 친목, 진행 상황을 묻는 스몰 토크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평소 업무량의 10분의 1도 처리하지 못했고, 결국 호텔로 돌아와 야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이나 아이와의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대신 일을 택하면서,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버려지는 시간들이 생겼다. TN과 CO의 시차 때문에 이틀 동안 아이와 남편과는 간단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나의 빈자리를 메우느라 고군분투 중이었고, 일을 마친 뒤 전화를 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새해에 나와 약속했던 운동도 “출장이니까”라는 그럴듯한 변명과 함께 이미 리스트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카톡을 보게 되었다.

언니들의
“운동 #5일 차 완료”
메시지.

사실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던 순간이었다. 새해 인사를 나누다 시작하게 된 자매 운동 루틴. 언니들 역시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게 벅찬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에 ‘출장’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더구나 한국 시차로는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며 운동 루틴을 보고하는 시간이라니. 참, 올해 나는 운이 좋다. 모든 기운이 나의 치료를 돕고 있는 것만 같다.

출장 3일 차.
그날도 출근 후 회의와 스몰 토크로 정신이 없던 중,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시간 되면 전화 좀 해줘.”

순간 긴장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혹시나 서운함과 힘듦이 쌓여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연락이 없었던 나로 인해 남편의 서운함과 화를 받아야 할 상황은 아닐지 여러 생각이 스쳤다.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밝은 남편과 아이의 목소리였다.

“엄마~ 언제 와?”
“보고 싶긴 한데 괜찮아. 엄마 일이 더 중요하지.”

그 말에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열심히, 그리고 바른 방향으로 성장해야겠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다행히도 내일이면 출장 마지막 날이다. 돌아가면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함께하는 가족이 있고, 시차를 두고 나에게 자극을 주는 한국의 가족이 있으니 다시 찾아올 고비들도 하나씩 넘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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