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삶에서 얻는 이런저런 생각...
미국에서 2월이 되면 나는 마음부터 바빠진다.
세금 신고 때문이다.
한국처럼 회사가 일괄 정산해 주는 구조와 달리, 미국은 회사와 은행에서 받은 각종 세금 서류를 모아 직접 하나하나 입력해야 한다. 매년 반복해 왔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그리고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래도 서두르는 이유가 있다.
대부분 환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신고하면 검토와 승인도 빨라지고, 환급금이 계좌에 들어오는 시점도 앞당겨진다.
세금 신고를 하는 달은 늘 ‘돌려받는 달’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소프트웨어 화면에 뜬 숫자가 초록색이 아니라 빨간색이었다.
(환급금은 초록색, 납부 금액은 빨간색이다.)
내 급여와 남편의 급여, 은행 이자 서류까지 차례로 입력할수록 빨간 숫자는 점점 커졌다.
미국에서 세금 신고를 열 번쯤은 했을 텐데, 이렇게 큰 금액을 내야 한다는 표시를 본 건 처음이었다.
돌이켜보면 이유는 분명했다.
대학원 시절에는 장학금이 낮아 대부분 환급을 받았다. 다시 미국에 돌아온 후에도 내 연봉은 두 해에 걸쳐 나뉘어 지급되었고, 사이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부부 합산 소득이 높지 않았기에 우리는 늘 ‘환급 구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2025년은 달랐다.
남편과 내가 모두 1년 내내 월급을 온전히 받은 첫 해였다. 소득을 합치니 자연스럽게 세율도 올라갔다.
수입이 높아졌으니 뿌듯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활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 불안을 겪어본 뒤로 우리는 소비를 늘리기보다 저축을 유지해 왔다. 더 쓰지도 않았는데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혹시 소프트웨어가 잘못 계산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세부 항목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봤다.
문제는 우리가 빚이 없다는 데 있었다.
모기지 이자도, 학자금 대출도, 자동차 리스도 없었다. 눈에 띄는 공제 항목이 거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빚이 없다는 사실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였다.
환급을 기대하며 시작한 신고가
부담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집주인이었다.
월세를 100달러 인상하겠다는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