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 - 삶에서 얻는 이런저런 생각...
자라면서 나는 “빚”은 가능한 한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배워왔다.
채무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단 지는 순간 삶이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레버리지를 통해 부를 쌓았다는 수많은 사례를 읽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다른 생각이 자리했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이민자의 삶에서 빚을 진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하나씩 안고 사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자동차 리스도 최대한 빨리 정리하려 했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곧바로 갚았다. 스스로 정해둔 ‘마지노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왔다.
그게 나의 자산을 단단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연달아 도착한 집주인의 메시지와 세금 신고서의 빨간 숫자는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과연 지금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불안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이 노력의 끝은 과연 있기는 한 걸까.
그동안 경제서적과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모기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지금 내고 있는 월세가 결국 집주인의 모기지를 대신 갚아주는 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몸에 밴 “빚”에 대한 공포는 그 이성적인 계산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주말 동안 집주인과 월세를 협상했고, 결국 25달러를 낮추는 선에서 타협했다. 세금 신고는 잠시 미뤘다. 환급을 받는 상황도 아니고, 어차피 낼 자금을 마련해야 했기에 3월 중순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 물러서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며 나는 “빚”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그 빚을 두려워해온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마도 그 근본적인 거부감은 “이민”이라는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삶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고용에 대한 불안, 가까운 가족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 언젠가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가능성. 그런 요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첫 세대 이민자라면 익숙하게 안고 살아가는 불안. 그 위에 얹힌 빚은 한국에서 느꼈을 무게보다 몇 배는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조금 달리해보려 한다.
그 공포를 넘지 못하면, 그 공포가 나의 선택을, 나의 자유를 계속 미루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익숙한 안전을 지키느라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직장 때문에 다시 다른 주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완벽히 준비된 상태도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완벽히 준비된 상태’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게 되었다.
주말 동안의 집주인과의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1년의 시간을 벌었으니, 그 시간을 빚을 무조건 피하는 대신,
감당할 수 있는 빚을 선택하는 연습을, 남의 모기지를 대신 갚는 대신, 내 이름으로 시간을 쌓아가는 준비를 하는데 보내려 한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결정을 미루지 않는 태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