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 계속 사라진다 II-버티는 중...

화이트 칼라 이민자의 삶-40세 성장통 치료일기

사라지는 오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우겠다고 마음먹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 사이 예상치 못한 세금과 월세 인상, 인사평가, 그리고 아이의 방학까지 겹쳤다. 감정의 널뛰기와 육체적인 피로 속에서 한 주 한 주를 버텨냈다. 예전처럼 아침을 침대에서 보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의미 있게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저녁이 되면 또 그렇게 흘려보낸 아침이 떠올랐다. 잠들기 전에는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루틴 영상을 보며 나의 나약함을 탓했다. 그렇게 3주쯤 지나자 삶이 다시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나약함이 마치 내 인생의 결론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고,
볼품없는 삶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듯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와 봄방학을 보냈다.
집에서 일을 병행하며 하루를 버티는 시간이었다.

오전에 집중하지 못한 하루는 결국 오후에 무너졌다.
오전 내내 참아온 아이의 지루함이 터져 나오는 시간,
일에 대한 나의 절박함과 아이의 무료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금세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무료하게 보낸 아이의 시간이 나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괜히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그 죄책감을 쏟아냈다.

그러다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방학이라 엄마랑 있어서 너무 좋은데… 같이 있는 게 스트레스야.”

아이에게는 웃으며 “벌써 사춘기야?”라고 둘러댔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불안이 표정과 말투 속에서 ‘화’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

변화가 필요했다.

이제는 나약함만을 탓하며 좌절하기보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아침 루틴을 따라 하기보다
지금 내가 당장 만들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발끝을 꼼지락거리며 스트레칭을 열 번이라도 하기로 했다.
아침 운동은 우선 주말 아침으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기로 했다.

못한 것에 대한 자책 대신 아주 쉬운 것부터 천천히 시작해 내 안의 화를 먼저 낮춰 보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세금 신고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월세 인상도 집주인과 원만하게 합의되었고, 아이의 방학도 이번 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사라진 오전을 되찾겠다며 거창한 루틴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상을 버텨낼 마음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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