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
....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향기를 바꿔놓았다.
그것은 문학이었고, 요리였고, 향신료였다....
한때 나는 세계 문학에 푹 빠져 있었다. 검열의 시대에 번역되지 못했던 책들, 새롭게 번역된 낯선 나라의 작품들, 그리고 우리나라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책들 속에서 헤엄쳤다.
출퇴근길 지하철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던 어느 날.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깊이 빠져 한 달 가까이 우울함 속을 걷고 있을 무렵, 서점 한편에서 한 권의 책과 마주쳤다.
고 안정효 선생님이 번역한 『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
책을 펼치자마자 마치 대항해 시대의 향신료 본고장을
통째로 접수한 듯한 전율이 밀려왔다.
유머러스한 정치 풍자, 시대의 위선을 조롱하는 서사,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로운 사랑의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매혹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가브리엘라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요리 속,
정향과 계피와 같은 어색한 향신료들의 이름이었다.
향신료 하나하나가 그녀의 달콤하고 관능적인 향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요리에 관심이 많던 나는, 그 순간부터 향신료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접한 이국의 향들은 내 요리에 작은 혁명을 일으켰다.
정말이지, 향신료가 금값이던 시대가 이제는 이해된다.
지금 나는 웬만한 이국 요리는 뚝딱 만들어낸다.
책 한 권이 내 요리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향신료를 위한 전용 수납장이 생겼고,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향신료는 해외 직구로 들여온다.
그리고 향신료와 허브를 넣어 만든 요리로 가족에게 특별한 맛을 선사하는 일은 이제 내 삶의 큰 기쁨 중 하나가 되었다.
가끔은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내게는 『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가 그랬다.
바쿠테 :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국민 갈비탕
돼지 등뼈로 만드는 이 요리는 우리나라의 갈비탕과
비슷합니다.
여러 가지 향신료(커민씨, 펜넬, 팔각, 코리앤더 씨, 계피등)를 우려내어 간장으로 간을 맞춘 요리로
서브할 때 고수나 파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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