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오이 향 가득한 오징어볶음
점심을 먹으러 회사에 다니던 시절
광화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점심시간은 내 하루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회사 문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던 피맛골.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그 골목에는 낙지골목, 생선구이골목, 열차집, 골뱅이집, 백반집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맛집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유독 그리운 집이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던 의정부부대찌개집,
그리고 굴비백반을 하던 남원집.
이제는 사라져 버렸기에
그리움은 더욱 짙게 남아 있다.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의 별미
내가 자주 찾던 식당 중에는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을 함께 파는 집이 있었다.
불고기 반, 오징어볶음 반.
불고기를 먼저 맛보다가 그 위에 매콤한 오징어볶음을 섞어 먹는 게 이 집의 진짜 별미였다.
더욱 특별했던 건 재료였다..
보통 오징어볶음에는 호박이 들어가지만, 그 집은 호박 대신 오이를 넣어 볶았다.
볶을수록 은은하게 배어 나오던 오이의 청량한 향.
입안 가득 퍼지던 그 맛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사라진 오이, 사라진 맛
재개발로 두 번이나 자리를 옮긴 뒤에도 나는 몇 번 그 집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오이는 빠져 있었다.
그리고 오이가 없어진 자리만큼이나 맛도 변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서운한 마음이 오래도록 남았다.
집으로 데려온 추억
그때부터일까.
나는 집에서 오징어볶음을 만들 때마다
꼭 오이를 넣는다.
식당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혀 먹던 그 맛을 그대로 낼 수는 없지만, 서운한 마음을 달래기엔 충분하다.
강산이 두 번 변했으니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때의 맛을 고집한다.
억지스러운 집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맛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여전히 피맛골의 점심시간에 서 있다.
오이오징어볶음
재료 : 오징어, 오이, 양파, 청. 홍고추, 들기름, 참기름, 깨, 물엿, 미림, 식용유
양념 : 고추장 1T, 고춧가루 2T, 간장 2T 미림 2T, 마늘 1T, 설탕 1/2T, 다시다 1t, 후추 1t
만드는 법 :
1. 손질한 오징어는 마림을 약간 넣고 냄비에 뚜껑을 덮어 찌듯이 데친 후 먹기 좋게 썬다.
2. 오이는 어슷 썰어 살짝 절인 후 물기를 짠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 오이, 청. 홍 고추를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넓은 그릇에 담아 식힌다.
4. 만들어둔 양념장을 웍에 넣어 들기름을 둘러 한번 바글 끓여 준다.
4. 4에 1을 넣어 재빨리 볶은 후 불을 끄고 잔열로 3을 넣어 버무리듯 섞고 물엿, 참기름, 깨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