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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Oct 19. 2022

태어나 살아가는 것의 경이로움

(독후감) 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

  처음으로 과학책을 읽었다. 빅뱅으로부터 시작한 우주에 대해서 우주의 기원과 엔트로피, 그 과정에서 탄생한 생명체, 생명체에 대한 물리학적 설명에 대해 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을 읽는 것이 즐겁고 놀라웠다. 인문학적 감수성으로 많은 문학들과 고전들을 읽으면서도 과학에 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과학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순수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수학이 아름답다고 표현하며 무엇을 탐구하고 있는 지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수도 없이 마음이 일렁였다. '물리학의 역사는 바깥 세계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론과 실험으로 규명해 온 발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는 저자의 문장이 너무도 와닿았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우주라는 거대한 그림 속에서 우리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고, 우리와 우주의 연결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수십년동안 작은 발견을 위해 고생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도 알지 못했고, 관심을 둔 적이 없었는데 그들이 무엇을 해왔는지 어렴풋이 알것 같았다. 그리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과학자가 되고, 철학자가 되고, 신학자가 되고, 음악가가 되고, 시인이 되는 것은 다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아인슈타인이라는 지구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다는 부분을 읽을 땐 영화 인터스텔라가 생각났다. 영화의 OST First step을 들으며 책을 읽는데 눈물이 났다. 우주의 움직임이 경이롭고, 우주와의 연결을 찾아내는 인간의 탐구심과 끈기가 너무도 눈물겹고 감동적이라서.


그 대목을 옮겨 적는다.


  '2015년 9월 14일 이른 아침에 루이 지애나주와 워싱턴주에 설치된 2개의 감지기에서 중력파 신호가 잡힌 것이다. 50년에 걸친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연구원들은 몇 달 동안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끝에, 정말로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으로부터 13억년 전, 그러니까 지구에 다세포생물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에 우주 어디선가 2개의 블랙홀리 서로 상대방 주변을 공전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다가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했다. 인류가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다른 대륙으로 진출했던 10만년 전에 이 중력파는 은하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암흑 물질 후광을 통과했고, 하이데스 성단을 지나던 100년 전에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지구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한 최초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켄타우로스 자리를 지나던 50년 전에는 일부 과감한 물리학자들이 중력파 감지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하기 2일 전에 새로 업그레이드 된 감지기가 LIGO에 설치되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날(9.14) 바로 그 2개의 감지기가 5천분의 1초 동안 중력파를 감지했다.'


  우주적 여정과 그것을 발견한 인간의 탐구심에 대해 저자는 경외심을 가지고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을 썼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생명체와 우주의 소멸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와 가설들을 보여주었다.  생각하는 존재의 미래에 대해.

 미래에도 팽창 가속도가 진정되지 않으면 앞으로 10의 50승 년 이내에 생각의 종말이 닥칠 것이라고.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10의 50승 년은 터무니 없이 긴 시간이지만, 우주적 수명, 시간의 규모에서 보면 이렇다고.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직후에 생명체가 등장하여 아주 잠시동안 존재의 의미를 생각했다. 그러나 우주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생명체는 곧바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래서 우주의 미래가 암울하다며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비추는 빛과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은 단명하지만, 과학은 이것이 정말로 희귀하고, 경이롭고, 가치있는 사건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그 거대함을 알기 위해 애쓰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태어나 애쓰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도 경이롭다. 우리의 삶이 우주를 잠시 스쳐가기에 미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이 순간이 너무도 가치 있게 느껴진다.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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