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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각 Dec 03. 2023

기모옷은 이제 사지 말아야겠다.

미니멀 옷장 고민

자, 겨울 맞이 물건 정리를 해볼까?

  장갑과 타이즈, 털모자와 기모 바지, 캔들 같은 것들을 꺼냈다. 12평 집이라 틈새 수납을 많이 해놔서 구석 구석을 살펴 꺼내야만 했다. 꺼내보니 또 다시, 이 좁은 집에 이 물건들을 왜 또 숨겨놓고 있었던걸까 싶어졌다. 이제 정말로 미니멀라이프가 적응되었나보다. 처음엔 어떤 물건을 비워야할지 모르겠고 좀 더 가지고 있으면 쓸 일이 있을 것만 같아서 남겨둔 물건이 많았다. 그런데 계절이 지나면서 그 물건들을 다시 살펴볼  마다 과거의 내가 왜그랬지? 싶은 의문 부호가 뜨는 것을 보면 물건 비우는 것 자체에 적응된 것 같다.


  오늘의 비움은 장갑과 기모후드, 캔들이다. 장갑은 아마도 4~5년 전쯤 회사 다니면서 귀여운 니트 장갑 같은것을 끼기 좀 그래서 샀다. 최대한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으로 고른, 얇은 진회색의 장갑. 나는 귀여운 물건을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전혀 그 장갑에 손이 가질 않아서 아예 장갑을 끼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밴쿠버에 오는 짐을 쌀 때 배 편 짐에 넣었다. 그리고 밴쿠버에서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두번째 겨울을 맞이하면서도 새 것 그대로이다. 이 장갑은 사용할 때 내게 즐거움을 줄 리가 없다. 실용성은 있겠지만, 내 식대로의 미니멀라이프를 살아보니 사용할 때 기분도 좋아지는, 취향을 담은 물건을 고심해서 골라 하나만 남기는 것이 나는 좋다. 그래서 새 것 그대로 중고 거래로 처분했다. 이제 내 취향도 아니면서 커리어우먼처럼 보이려는 물건은 사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기모 후드. 아무 무늬도 글씨도 없는 남색의 기모 후드는 아주 복실거리는 털이 있어 겨울마다 꺼냈다. 하지만 입는 것은 두 번 정도? 털이 두꺼워서 보온력이 너무 좋아 평소의 겨울에는 더워서 입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주 추운 겨울에는 히트텍에 목폴라에 좋아하는 맨투맨, 후드, 가디건을 입기 때문에 입을 일이 잘 없다. 심플한 남색의 후드를 아주 추운 어떤 날 한번쯤 입으려고 계속 남겨두기에는 12평 집의 수납이 너무 좁다.

   다음은 캔들. 지난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이케아에 갔는데 시즌오프 상품을 70~80% 세일하고 있었다. 너무 큰 할인율에 붉은 유리병에 담긴 캔들을 6개나 샀다. 하나에 2.5불 정도였으니 아주 저렴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그 겨울에 겨우 2개를 썼고 4개의 캔들이 포장도 뜯지 않은채 박스에 담긴 채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1년을 보냈다. 2개를 중고 거래로 처분하면서 이제 할인한다고 무작정 물건을 많이 쟁이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개를 쓰고나니 다른 향의 캔들을 쓰고 싶기도 한데 나머지 2개를 계속 써야한다.


  이렇게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니 남은 기모 후드들과 남은 기모 바지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기모 때문에 한겨울에만 입을 수 있는 옷들. 통통하게 부풀어올라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옷들. 히트텍과 내복 바지가 있어서 봄 가을의 옷들도 겨울 계절에 계속 입을 수 있다. 좋아하는 옷들만 남겨서 오히려 겨울에도 손이 더 자주 간다. 그런데 이 기모 옷들은 한 계절에만 입을 수 있다. 여러 벌의 히트텍과 여러 벌의 타이즈(내복 바지)를 정리하고 그 옆에 3개의 기모 바지를 쌓아 올리면서 생각했다. 이미 짧아져 발목 위로 댕강 올라간 이 바지들은 올 겨울 밴쿠버에서 설산 하이킹을 다닐 때 긴 양말과 함께 입다가 정리하고 가야겠다고. 그리고 앞으로는 기모 옷을 사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에 꼭 드는 3계절용 옷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는 보온을 위한 옷들과 매치해서 겨울을 나야겠다. 겨울 계절에만 꺼내어 입은 후 세탁해서 다시 어딘가로 숨겨 놓을 옷 말고, 4계절 내내 옷장에 꺼내어둘 수 있는 옷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귀여운 털모자랑 귀여운 장갑을 끼면 기모 옷이 없어도 따뜻하니까 말이다. 회사에 갈 때는...귀여운거 말고 목도리를 둘둘 두르면 된다!


너무 좋아하는 캐나다 브랜드 roots의 모자와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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