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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감추었던 비밀

by 슈르빠

"아. 놔. 진짜!, 형 왜 저러는 거야,

미쳤나 봐"


집안일은 제쳐두고 사람들을 모아 집회나 하고 다니는 형이 동생들은 못마땅했다. 못마땅한 정도가 아니라 밉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끌고 와야 할까 봐"


어떻게 해서든 타일러 보려고 집회 현장까지 가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형은 내겐 여기 집회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부모 형제라고 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명색이 왕족 집안인데, 가문의 망신이라며 친척들이 형을 붙잡으러 나선 적도 있으나 허사였다.


어머니는 그러는 과정에서도 한마디도 없었다. 동생들과 함께 집회 현장까지 따라가기는 했지만 그것조차 내켜하지 않는 듯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형을 민족의 해방자로 추앙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신을 모독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불온 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러다가 결국 반대 세력에게 맞아 죽을까 봐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형은 집회만 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사고를 치고 다녔다. 권력자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집 나간 지 3년 만에 형은 가족의 우려대로 결국 체포되고 말았다. 거기다 사형을 언도받고 형장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그렇게 말려도 말 안 듣더니 결국 그 꼴이 뭐냐고 동생들은 형장에 나가보지도 않았다. 어머니만 형장에서 숨을 거두는 아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사실 너의 형은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란다'는 말을 아이들에게 열두 번도 더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처녀 시절에 성령으로 임신했다고 하면 아이들이 믿어 줄리도 없었고, 어머니를 크게 오해할 우려가 있었다. 그보다, 하나님의 중요하고 비밀한 역사하심을 누설할 수 없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에게 포도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가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을 당한 적도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동네 사람들이 혼전 임신을 눈치채지 못하게 요셉과도 서둘러 혼인식을 올렸었는데, 괜히 그런 얘기를 아이들에게 해서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주의 형제 야고보와 유다가 성령을 통해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마리아가 숨긴 비밀이었다.


예수님을 집안의 골칫덩어리라고만 생각했던 형제들조차 30년 만에 깨닫게 된 비밀을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건 단순히 지능의 문제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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