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한 분이 조그만 암자의 화단 앞에 앉아 철쭉꽃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두어 발짝 옆에서는 여자 스님 한 분이 그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카메라가 계속 아주머니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영상을 찍는 듯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잠시 쉬어간다는 핑계를 앞세워 오지랖을 떤 끝에 얻어낸 사연은 풍경만큼 의외였다.
암자를 자주 이용하던 아주머니는 얼마 전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단다.
노래에 배어나던 담담함과 '내가 찍자고 했어요'라던 스님의 평온한 표정은 뜻밖에 마주한 애잔함과 공허감이 온전히 나만의 몫임을 말해주었다.
내년에도 필 철쭉이기에, 잊을 리도 없겠지만 스님은 그렇다 치고, 뜬금없이 한 점 인연 없는 나그네가 왜 이러는지. 아마도 누구나 모양은 달라도 본질은 같은 삶을 살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