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의 인간관찰 일기

by 슈르빠

관찰 #1:

인간은 군집을 이루어 살기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도 발견된다. 인간들은 그런 존재를 자연인이라고 부르고, 그들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마당에서 불을 피워 밥을 해 먹는다는 특징이 있다.


관찰 #2:

인간들은 수직으로 몸을 세우고 다닌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사과가 그려진 사각형의 조그만 물체를 입으로 물고 다니지 않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해석은 미어캣이나 침팬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관찰 #3:

인간들은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 무리 중에는 회사라는 것도 있고 동호회라는 것도 있지만 그 차이는 분명치 않다. 복도에 커피 머신과 부장님이라는 사람이 존재하면 회사이고, 그렇지 않으면 동호회다. 모임보다 그 후의 알코올 흡입 행위를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관찰 #4: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들처럼 파이프 형의 내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늘고 긴 파이프를 통해 외부 물질을 흡수하여 에너지를 조달한다. 인간들 중에는 신체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소요량과 파이프를 통한 흡입 욕구가 자동으로 연동되지 않는 개체가 발견된다.


관찰 #5:

한반도 지역을 중심으로 보츠와나 오카방고의 흰개미집과 유사한 형태의 집단거주 구조물이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거기에 거주하는 생물은 대부분 인간이지만 최근에는 골든 레트리버도 증가하고 있다.


관찰 #6:

인간들은 내부의 파이프 구멍에 부착된 얇은 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고 그것을 통해 개체 사이메시지를 전달한다. 파이프의 마지막 끝부분을 진동시켜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그때의 소리는 커뮤니케이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관찰 #7:

인간들은 실제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양 흉내 내는 일을 벌인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커다란 빈 그릇을 전해주며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반면 어떤 경우는 더 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격리시킨다. 하나는 영화라고 불리고 하나는 사기라 불리지만, 사전에 계획을 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래서 영화 보다 폭싹 속기도 한다.


관찰 #8:

인간의 신체에 난 털의 총량은 개체마다 동일하다. 머리, 턱, 가슴, 다리, 팔, 등에 난 털의 양이 반드시 균등한 분포를 이루지는 않는다. 어느 한쪽이 적으면 다른 한쪽이 많다. 한반도 지역에는 평등과 균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간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그들 중에서도 여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개체는 발견되지 않는다.


관찰 #9:

인간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스스로를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존엄성이라는 단어를 인간에게만 선별적으로 사용한다.


#10: Interim conclusion

인간들의 주장처럼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적인 존재라는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지구 곳곳에서 그 반대의 증거만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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