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거래, 존재의 교환

by 슈르빠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거래를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돈을 건네기도 하고,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눈에 보이는 거래보다 훨씬 더 빈번하고,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근원적인 거래가 우리 삶의 이면에 흐르고 있다. 물리학자가 터널링 현상에 의한 전자의 이동이라 부르고, 시인이 존재의 간섭이라 부를 법한, 바로 전자의 거래다.


오늘 내가 누군가와 반갑게 마주 잡은 손바닥 사이에서는 수조 개의 전자가 국경을 넘듯 분주하게 오갔을 것이다. 내가 그를 향해 웃음을 짓는 찰나, 나의 피부 원자들은 그의 손바닥 원자들과 나노미터의 거리까지 밀착된다. 그때 전자는 망설임 없이 양자 터널링이라는 마법을 부려 상대의 영역으로 스며든다. 굳건한 벽이라 믿었던 절연의 경계는 찰나의 접촉 앞에 무력해지고, 나의 일부였던 전자는 이제 그의 일부가 되어 그의 신경계를 타고 흐른다.


이 거래는 냉정하면서도 뜨겁다. 전자를 잃는 쪽은 산화라는 이름의 낡음을 겪고, 전자를 얻는 쪽은 환원이라는 이름의 안정을 얻는다. 우리 몸속의 비타민은 기꺼이 제 전자를 내어주어 남의 붕괴를 막는 고귀한 기부자가 되고, 2나노미터라는 극한의 미세 세계에서 사투를 벌이는 공학자들은 도망가는 전자 한 알을 붙잡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성벽을 쌓는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온전히 '나'로만 이루어진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내가 밟고 선 대지로부터 전자를 빌려오고, 내가 숨 쉬는 공기에 나의 전자를 떼어준다. 내가 만지는 키보드에서, 내가 입는 옷자락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뺨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조각을 교환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라는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은행 속에서 쉼 없이 흐르는 전자의 통로와 같다. 우리가 타인과 부딪히고 갈등하며, 때로는 뜨겁게 화해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이 전기적 균형을 맞춰가는 장엄한 흐름의 일부인 것이다.


이제 누군가와 손을 잡을 때, 혹은 건조한 날 문고리를 잡다 작은 스파크를 만날 때 나는 미소 지을 것 같다. 그것은 세상이 나에게 건네는 가장 원초적인 인사이며, 내가 여전히 이 거대한 전자의 바닷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도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물들며 보이지 않는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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