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위험물이신가요?

위험물표식에 대한 지극히 사소하고 사적인 잡념

by 지니

기내에서비스용으로 실린 얼음을 장거리 비행 내내 차갑게 유지할 수 있도록

미리 드라이아이스를 얼음 위에 올려 넣는 중이었다.

아슬아슬 드라이아이스 끝만 잡고 하나하나 꺼내서 올리는 모습을 보고

후배가 심심했는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선배님! 그거 위험물이네요

그러다 순간 우리 둘은 동시에 드라이아이스에 그려진 위험물 표식을 쳐다보았다.


맞네 이거 위험물 표시네, 몇 등급이지?

난 위험물을 만지고 있는 거야! 위험해 비켜나!


후배랑 실없는 대화로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크크크크크”


매년 우리는 위험물교육을 받는다.

위험물은 등급별로 위험물 수준에 대해 분류하고

기내 가지고 탈 수 있는지, 화물에 붙여야 하는지, 운송 불가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오늘도 기내로 들어오는 짐 중에 이상한 표식이 없는지

의 눈으로 손님 분들의 오메기떡을 올려드린다.


승무원이 되어서 처음으로 위험물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세상에 위험물이 그렇게나 많은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몰라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큰 화물차에 작게 붙여진 위험물표시를 많이 볼 수 있다.

큰 화물의 몸집에 아주 작은 귀여울만한 사이즈의 스티커를 붙이고 있지만

절대 귀엽게 지나칠 수가 없다.


"가스 같은 것을 싣고 가나?

어서 도망가야지 "


그러다 운전 중에 화물차에 붙은 위험물 표식을 보고

며칠 전의 후배와의 대화에 꼬리 물고

그날의 나의 꿀꿀한 잡념이 섞였다.


위험한 건 정말 위험하다고 표시를 하는구나, 저렇게 표시가 되어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사람은 본인이 위험물이라고 표시가 되어있지 않는 게 문뜩 억울했다.


나는 하루에도 다국적 손님부터 해서 그날 비행으로 처음 만나는 선후배까지 늘

하루에만 300명이 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처음엔 잘 모르지만 자꾸 상처만 주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이마에 위험물 표식이 쓰여있으면 좋겠다. 보고 도망가버리게.


우리 주변에도 생각보다 위험물이 많다. 스치는 말 몇 마디에 쉽게 판단을 할 수도 없고

겉은 멀쩡하다 못해 화려하게 선물 바구니처럼 포장되어 있으면 더더욱이 가려낼 수가 없다.

특히나 내가 아주 동경할만한 사과라도 들고 있으면 위험물이어도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사람관계가 어렵고 사랑은 더욱이나 더.

이마빡에 위험물이라고 써붙이고 다니면 너무 좋겠다.


나는 위험물입니다


그럼 나도 알아서 피해하 가고 위험물도 행복할 텐데.

그럼 세상이 행복할 텐데.

지구가 행복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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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