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한 지 일 년 정도 지난 때였을까
승객을 태우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서비스를 끝냈다. 드디어 이륙하고 나서 처음으로 점프씻에 앉았다.
잠깐의 여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색 기내화에 살짝 금이가 튀어나온 내 살이었다.
모양을 둥글게 잡아주는 둥근 태의 실밥이 틑어져서 통통한 흰색 살뭉터기가 그 틈을 비집고 올라와 숨을 쉬고 있었다.
살이 물론 찌긴 했다만 발등까지 살찐 거 아니다. 아닐 거다. 1년을 동고동락한 기내화가 찢어진 것이었다.
찢어진 신발을 한동안 하염없이 바라봤다.
"더 찢어졌으면 새끼 발가락이 탈출을 했었겠군.
1년 동안 고생했구나 내 신발이, 내가."
한 번도 괜찮은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기내화를 이제야 보니 미안해졌다.
그동안 이 기내화를 신고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며
스스로를 돌봐주지 못한 나 자신에게 미안해졌다.
이렇게 너덜너덜 해지고 뜯길 정도도 몰랐구나 싶었다.
그리고 나는 바로 포인트로 새 기내화를 신청하여 획득하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광이 나는 새 기내화를 얻었고 새 신발에 발이 적응하느라 더 고생하면서 일했다.
한 번쯤 스스로 잘 지내고 있나 궁금하면 내 주변의 것들을 돌아보면 어떨까.
항상 입던 옷이 많이 색이 바래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아마도 다른 옷보다 그 옷을 좋아했던 거겠지.
자주 스쳐서 특히 해진 곳이 있지는 않았는지, 나도 몰랐던 소매를 스치는 습관 때문이었겠지.
신발 밑창의 굽이 한쪽만 달아있지 않는지, 무게중심이 틀어진 채로 걸었던 거겠지.
실밥이 다 틑어져 찢어진 기내화, 참 애쓰며 고생했었다는 거겠지.
힘들다고 생각도 못했던 순간들을, 내가 애써 견뎌왔던 외면했던 시간들을 보여주네요.
내가 몰랐던 그 시절의 나를 볼 수가 있었네요.
출근하면서 내 구두를 한번 봐주면 어떨까요.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요. 괜찮게 지내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