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대화
지금처럼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엄마와 차 안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의 대화였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버스정류장에
우산을 쓰고 서 있는 사람들의 긴 퇴근 줄을 보고 말했다.
“비가 많이 오는데 고생이다. 줄이 엄청 기네.”
“그러게 엄마, 근데 정말 사람들이 전부 장화를 신었어.”
높이도 재 각각인, 색깔도 형형색색인 귀여운 장화들이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고 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엄마, 비올 걸 알고도 장화를 신었는데,
짧은 장화나 긴 장화를 신던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소용이 없겠는데?”
“그러게 비가 너무 많이 오네.”
“그럼 어떻게 해? 대비하려고 장화까지 신었잖아! 속상하네.”
아침부터 준비해 신고 나온 장화가 무색하게
온몸으로 비를 한참 때려 맞고 있는
이름도 모를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을 대변해서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럼, 장화까지 신은 건데!”
엄마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맞아야지 뭐 어쩌겠어.
피할 수 없으면 폭삭 그냥 젖어야지
뭐 별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