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계획으로 수강 중인 민화 교육과정이 절반을 넘어섰다.
밑그림으로 선 긋는 연습에서 시작된 교육과정은 호작도, 모란 화조도, 연화도, 조충도를 그리며 이제 남은
교육과정으로는 어락도와 국화도 그리기만을 남겨 놓았다.
민화란 일반서민들이 그린 그림으로, 그림에는 소질이 있으나 그림 공부를 하지
못한 주로 평민들이 그려, 예술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서민들의 문화와 생활상이 잘 나타나며 민화에 담긴 의미와 제작 기법으로 미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에 사랑받는다.
내가 캘리그라피와 민화의 두 과목이 연결되는 시간의 안배를 위해, 함께 신청하여 가당치 않게 민화를
덤으로 시작하였다는, 어줍잖은 건방진 사고가 된통 곤욕을 치르며, 시작 후에는 하루하루를 겸허한 마음으로
붓의 획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할수록 새로운 그림마다 거기에 담겨 있는 의미와 기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연화도에서 연잎 하나를 표현 함에 있어, 보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섬세한 표현력을 구현하고,
조충도에 오이의 익어가는 색감의 변화가 한 개의 열매에도 다르게 그려진다.
세상 만물의 하나하나에 가치와 의미가 존재하는 것처럼, 겸손한 마음이 생겨난다.
가을날, 가로수 떨어지는 낙엽 하나하나에 색을 달리하고 있음을 경외하였음에, 그것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보이고, 풀벌레, 새 한 마리 같은 미물에도 아무렇지 않게 표현되지 않는다.
존재의 의미가 인간계 외에 ‘모든 만물이 섭리의 괘를 함께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내가 간과한 것은 아닌지 하여, 다시금 성찰하는 시간이 되다.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강의실의 바로 양옆의 좌석에 두명의 투덜이가 있다.
그중 하나는 반년이나 먼저 다른 곳에서 배우고 와서 자기 딴에는 뭔가 먼저 시작하였다는 이를테면 “나는 먼저 다른 곳에서 배우고 왔는데 현재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는 투덜거림이 노력만큼 진척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교육방식보다는 그의 수강 태도 같은데
또, 하나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늘 투덜거린다.
“왜 실력이 늘지 않지? 내가 재능이 없는 것인가?”하는 투덜거림을 강의가 끝날 때까지 중얼거린다.
내가 보다 못해 덕담 한마디를 슬쩍 흘려 주었다.
“글씨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라고
그는 강의가 파하고 귀가하는 길에 내 등 뒤에 그의 표현 방식으로 처음 감사의 말을 전하여져 오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장시간 모니터를 주시하는 눈이 무겁고 뒷덜미가 뻣뻣하다.
손도 미세한 떨림이 감지된다.
잠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볍게 손가락을 털며 목과 어깨운동을 하여 보지만
효과는 별반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전환을 위해 커피 한잔을 청한다.
문득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뇌혈관질환의 초기증상이 떠오른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증상이 나타나고 3~4시간 이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 생존율이나 회복율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후유장애가 심하다.
전조증상으로 웃을 때 얼굴이 한쪽으로만 움직이거나, 두 팔을 수직으로 펼쳤을 때
한쪽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말이 어눌하고 발음이 잘되지 않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외에 눈이 침침해지기도 하고, 평소에 없던 심한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이 있으면 즉시 119에 연락하여야 한다.”
생각나는 전조증상을 대입하여 손을 꼽아보며 별일 없으리라 자위하면서도
영 찜찜한 생각에 그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지만 한밤중에 응급상황이 아닌지라 그냥 잠을 청하지만,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다.
늦은 시각에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알람 소리에 잠이 깨었으나, 부족한 잠 때문인지 찌뿌듯하고
몸이 무겁다.
자리를 털지 않으면 아내까지 걱정이 전이되어, 괜한 걱정이라는 문제를 키울 것이 자명할 것이기에, 평소와 같이 새벽 운동을 위해 몸을 일으켜 문을 나서다.
아내의 출근과 새벽 운동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는둥, 만둥 하고 병원의 개원 시간에 맞춰 한방병원을 찾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한방병원을 찾은 것도 처음일세!
혈관질환으로 인해, 만에 하나 내게 남은 게이지에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노파심으로 복약중인 것이 마음에 걸려, 혹여 하는 마음으로
혈관질환에는 한방이 효과가 가장 빠르다는 귀동냥한 소문을 듣고 있었기에
한방병원을 찾은 것이다.
‘내가 아직은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전해라!!’
접수를 끝내고 젊은 의사와의 진찰 대면은 어색하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우리 아이들 세대들이 주류를 이룬다.
내가 ‘허준’ 같은 명의를 만날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조금 황당하고 어색하다.
질문은 단 두마디 뿐이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뒷목이 뻣뻣하고 머리가 아프고 팔에 힘이 없고 떨립니다.”
“잠깐 맥을 짚어 보겠습니다!” 잠시 후
“잠은 잘 주무십니까?”
“잠을 잘 못자는 편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으시군요, 저를 따라오세요!“
하고 진찰실 옆에 있는 불문곡직하고 침대에 뉘이고 머리와 목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30분 정도 천장을 보며 누워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체크 하는 벨이 울리자, 간호사가 들어와서 ”수납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고 가시면 됩니다.“
하는 말과 함께 두장의 종이쪽지를 전달해 준다.
”이건 뭐지??“
설명이 부족하여 다시 진찰실을 찾았다.
”이게 끝난 것입니까? 이유를 설명하여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잠이 부족하여 혈관이 수축하여 나타나는 현상으로 더 자세한 것을
알려면 뇌파검사를 하여야 합니다!‘
그걸로 더 들을 내용이 없다.
또한 그곳에서 지체할 이유 또한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뭐지?”
돌아오는 길이 개운치 않다.
그래도 큰 병의 원인이 아니었던 듯하여 다행이긴 하나
그날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떠올리었던 시간이었으며, 뒤에
다른 증상이 없었으니 그냥, “모르는게 약“이라더니 기우가 빗어낸 해프닝 쯤으로 치부하여 버리면 속 편한 처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