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해마다 연말 화두로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변동불거(變動不居)“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의미의 변동불거라는 사자성어는 부언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며 흘러간다는 말을, 세간의 혼탁한 개싸움 같은 세태 속에
희망을 풍자한 적절한 단어인듯하다.
25년 을사년의 친구들 송년 모임을 12월의 첫 주말에 대천에서 하다.
금 년에도 출발을 앞두고 전날 눈이 내려, 눈 쌓인 대지가 회합보다 빙판길 운전 걱정이 우려되었으나, 출발하는 당일은 날씨가 포근하여 우려를 덜었다.
수도권에서 내려가는 일행은 교통편이 매번 약속된 시간보다 지체되어, 금 년에는 충분한 여유를 두고
출발한 탓인지, 상습 정체 지역의 교통체증이 없어 넉넉한 시간에 도착,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도
알려있는 충청수영성 관광까지를 하여도 될 만큼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보령 오천면에 위치한 충청수영성은 조선시대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석성으로 경관이
수려하고 성내 영보정이 유명하고, 망화문은 아치형으로 되어 있어 석조건축물의 별미다.
연전에 안면도를 지나는 길에 시간상 살펴보지 못한 기억이 있어, 새로 찾은 수영성은 오천항 주변의
서해 바다와 오래된 성곽의 경관이 멋지게 어우러져, 걸음을 결코 허투루 하지 않았음을 일행이 함께
반색 하다.
저녁에 반주를 곁들여 회포를 풀고, 숙소에서 그간의 근황에 대해 서로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며
격려하고, 때로는 건강을 함께 걱정하여 오래된 우정을 되살리다.
거의 꼬박 밤을 새워 수다를 떨다 새벽녘에 5km정도 이르는 미명의 해변을 걸으며 건강이라는
가장 큰 공동의 화두와 함께, 은퇴 후에 맞이하는 사회적 관계, 성취감 등을 함께 고민하며 동병상련을
나누었으며
나이듦을 인정하기는 싫으나, 실체적 현실을 각자의 방식대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나누는 대화로
충분히 공감하다.
건강을 크게 해치지 않는 잔병치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삶 속에도, 가슴에 뜨거운 열기를
잊지 않는 친구들 모두에 찬사를 보내며
파란(波瀾) 많은 을사년의 대미가 대천바다의 석양을 보며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