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미명에 산에 오르다

by 별빛단상

축시를 조금 지나 인시를 향하고 있고,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천지사방이 분간키 어려운 것으로 보아

아마도 그믐날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긴 암흑기이기도 하고, 가장 초조했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고, 도대체 비젼이니 희망이니 하는 것조차 사치하게

생각되던 시절이고 보니, 이러저러한 상념으로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만 가득한 세상에 대한 울분으로 하여, 술 한잔 없으면 쉼에 대한 여유조차

가질 수 없었던 시절


초저녁에 이리저리하여 한잔쯤 설 마신 술이 자정쯤이 되어 눈을 떠지고

코딱지 같은 방안에, 얼기설기 공허하게 어린 식솔들의 숨소리에 강박이 밀린다.


그냥 무심한 동공을 굴리며 상념에 빠져들어

이러저러한 생각으로 회한에 젖고, 서서히 증폭 되어가는

스스로에게 탄식하는 분노가, 극으로 치달으며 울분을 주체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더이다.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은 더 이상의 자리보전이 어려운 지경에 달하게 되고,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소이다.

산이 보이는 방향으로 걸었소


작정 없이 앞으로 보이는 산을 향해 걸었소.

그저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냥 걸었소.

산을 향하여

그냥,


내가 늘 상 다니던 길도 아니거니와, 새로 이사와 몇번 지나쳐 보이던 산이기에

한참이 지나 문뜩 정신을 차린 뒤에야, 천지사방이 낯이 설은 산야에 잠시 당혹감이 들기도 하였으나

그냥 내쳐 가기로 하였소.


산중턱에 이르도록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아니한 중에도

이따금씩 무심하게 쏘쩍소쩍하며 들리는 소쩍새 울음소리는, 적막한 기운을 더해가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등줄기 섬뜩한 새벽 오환으로 하여 전율이 등을 타고 흐르더이다.


저 멀리 건너편 산에 보이는 몇개의 불빛이 샛별처럼 반짝거릴 뿐,

나아가도 깜깜한 어둠은, 나 자신까지도 삼키고 있을 따름이라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소이다.

내친걸음이 언젠가 그 끝에 보이는 여명을 위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숨이 턱턱 막혀오고,

포기하고 발길을 돌릴까 하는 유혹이 생겨 날쯤에

긴 나무의 터널 끝에 희뿌연한 하늘지붕이 보입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실날같은 희망과, 그 끝의 산 정상 향해 힘을 내어 달립니다.

거기 산이 있고

거기에 태양의 일출과 정상이 있습니다.


마지막 힘을 냅니다!

정상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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