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게이지를 측정하며 나의 삶은 생산적인가 소비적인가를 고뇌한다.
자신에 대하여 한번 도 의혹을 품지 않았던 내가 은퇴 후 햄릿과 돈키호테를 오가며 내 자신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하다.
아울러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많아진다.
한참 후배가 손자를 보며 소일한다는 이야기는 여유인가?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에서 하루 서너 시간 근로하는 것은 한계인가?
솔직히 나는 그것들을 인정할 자세가 안되어있다.
시간의 인정을 요구하는 현실에 나는 그냥 돛배를 탄 나그네일 따름이다.
사자후를 토해내며 열변하던 정열이 사라진것도,
몇날 며칠을 문서더미에 파묻혀 일을 하던 열정이 없어진것도 아닌바에
그저 동남풍만 기대하는 돛단배는, 멀리서는 그저 한량들의 뱃놀이다.
얼마 전 멀리 떠난 아버지의 허전함이 더할 것이라며, 자리를 자주 비우는
아내의 빈자리를 보며 가배 한잔으로 상념을 넘기다.
10년전쯤에 막내가 “매달 얼마씩 적립하여, 목돈이 모여지면 여행을 가면 어떨까요!”하는 제안을 하였다.
그렇게 하여 온가족이 “일본 오끼나와” 여행을 갔다 온 것이, 둘째의 막내아들이
막 걸음을 시작할 때이었으니 벌써 5년쯤 흐른 것 같다.
갑자기 가족카톡방이 까똑 까똑하고 시끄러워졌다.
둘째가 관리하는 1년 경과 적금이 만기가 되어 얼마를 적립하였고, 새로이 적립을
시작하였다는 경과보고에 각자의 감회와 계획을 피력하느라 소란스러워진 것이다.
꽤 적립된 금액이 각자의 희망 여행지를 추천하는 것으로 기대를 부풀린다.
작은 가족 단위로는 절차가 간단하지만, 한 번에 대식구가 이동하는 여행은 촘촘한 계획과 시간을 요하기에 준비가 녹녹치 않으나, 멀지 않은 시간에 출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 같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오래전에 들은 “산악열차를 타고 가던 유럽 관광객이 열차에 우르르 내리고 가이드가
손가락 끝의 알프스 마테호른봉을 가르키고는
‘저기 보이는 것이 마테호른봉 입니다. 잘 보았으면 출발합니다.’라고 하였다는”
일화를 상기하며 건강과 시간의 절대적 함수를 계산하다.
은퇴 후에 갖는 공허함과 인정하기 싫은, 끝났다는 반발로 구인 신청을 하여 채용 면접을 치루었다.
결과는 개별로 통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