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른 시간에 친구들과 만남을 위해 기차에 오르다.
이틀 전, 전에 하던 생각으로 그냥 느긋하게 버스의 운행 시간을 확인하러 갔다가, 줄어든 배차시간과 줄어든 운행차량에 당황하다.
기차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어서 인지, 대책 없이
당일 시간이 임박해 버스 대합실을 찾았으면 낭패를 볼뻔하였다.
다른 대안으로 직접 운전하여 이동하는 방법이 있고, 기차여행으로는 ktx나
새마을 열차, 무궁화를 포함한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을 생각하였으나,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좌석이 모두 매진이라 역으로 직접 찾아가서 현장 예매를 확인하는 수밖에
내가 방문한 시각이 우연히도 열차표를 예매하는 시간이 아니어서, 매표소 앞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 덩어리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어딜 가도 키오스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대화 없는 기계 덩어리를
마주하게 되고, 기계는 대할 때마다 낯설고 삭막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동행 없이 이동하는 여행은 오랜만이라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다행히 출발 직전 창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좌석으로 표를 교환한 덕에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하였다.
기차는 정차 없이 한 번에 도착,
탑승하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고, 도착하자마자 목적지에 떨구어 놓듯 하고 휑 하니 가 버렸다.
충분히 남은 여유시간에 덩그마니 혼자 내려졌다는 생각도 잠시, 익숙한 옛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도로의 윤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널찍한 역광장을 중심으로 좌우에 오래된 상가 골목과 100년 역사의 중앙시장은 세월이 지나도 오래된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다.
약속 시간까지 넉넉하게 시간이 남아있어,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며 양키 골목,
친구들과 어울려 먹던 닭 내장 골목, 군복들을 염색하여 판매하던 군복 골목등
떠오르는 골목골목의 추억을 더듬어 보다.
닭이나 가축을 도축하던 장소가 있었던 대전천 주변에 이르러서는, 일시적으로 세워졌다 사라진 홍명상가와 중앙대파트의 자리에 깨끗이 정화된 대전천의 천변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에 무슨 행사가 예정되어 있는지 준비가 한창이다.
문득 목척 다리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상업은행과 제일은행이 좌우에
위치하던 생각에 발길을 돌려보니, 간판만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고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어 망설임 없이 핸드폰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내친김에 신도극장과 동양극장 자리를 돌아볼 즈음에 한밭식당이 보인다.
명동칼국수가 있던 자리 아니었던가?
삭힌 고추가 유명하였던 신도칼국수도 소문난 맛집이었지!
이러 저런 추억으로 시간 모르고 걷다가 바라본 시계가,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짐을 알리고 있어 전철역으로 발길을 돌리다.
점심을 겸한 김치찜이 유명한 맛집에서 반주로 술이 올랐다.
지난번 처가의 상조에 대한 감사 인사와 그간의 안부를 확인하고 회포를 나누다.
이제 가장 큰 화두는 건강이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의 와병 소식은 근심을 남기면서 짠한 마음으로 남는다.
그래 보아야 두 시간도 미치지 아니하는 거리를 공감하며, 시간이 허용되면 함께하는 자리를 더 하기로 하고, 중앙시장 추억의 장소에서 한잔을 더 얹고서 돌아오는 기차길은 긴 여운으로 추억을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