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written
똥통의 똥물을 온통 뒤집어쓰면서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연예인의 사진에는 오물 한 점 묻히지 않은 채 싸인을 받고야 만 그 꼬마는 후에 백만장자 퀴즈쇼에서 우승하고 인도최고미녀와 첫사랑을 이룬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해피엔딩에 웬일인지 꼬마의 형의 죽음의 장면이 나란히 달린다. 갱스터인 형은 동생의 첫사랑을 빼앗기도 하고 자신이 살던 빈민가 위를 밀고 아파트를 세우는 과정에 음지에서 활약하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인물로, 동생의 퀴즈쇼 우승을 지켜보다가 돌연 자신이 모아 온 현금에 파묻힌 죽음을 택한다. 왜일까?(와중에 그냥은 안 죽고 악한 갱스터 두목을 향해 총을 쏜 후 죽는 야무짐을 잃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두목이 살아있다면 동생과 동생의 첫사랑을 가만두지 않을 것을 염려했던 듯싶다.) 누군가는 형의 죽음이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게 그렇게만 보이질 않는다. 빈민가의 그 꼬마가 끝까지 순수한 꿈을 간직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위험했던 순간마다 그 형이 지켜주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빛과 그림자, 마치 한 몸 같은 느낌. 때론 경쟁관계이기도, 때론 둘도 없는 동지이기도 했던 꼬마들. 때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이 너무 반짝반짝 빛나서 쓰레기더미마저 아름답게 보일 지경이었다.
퀴즈쇼의 답이 무엇이었건 중요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의 결말이 환상처럼 느껴진다. 그 꼬마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그 퀴즈쇼뿐이었다는 역설이 주는 안타까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기차역에서 주인공커플과 사람들이 함께 춤을 추는 연극적인 장면은 마치 이 영화는 허구일 뿐이었다고,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비관적인가? 영화는 퀴즈로 시작했다. “자말은 어떻게 퀴즈쇼 결승에 올랐을까?” 정답은 D: it is written. 운명? 소설? 퀴즈로 시작해서 퀴즈로 끝나는 느낌이다. 운명이었다고 말하기엔 뭔가 무책임한 느낌이 들고, 소설이라서라고 하기엔 좀 슬프다. 운명이라고. 이건 운명이라고. 살면서 그런 꿈, 또는 믿음 하나는 갖고 있는 편이 살기에 덜 팍팍할 것 같긴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가진 꿈의 카드에만은 오물 한 점 묻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