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왕 도제 x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개’와 ‘고양이’ 일 것이다. 두 녀석들 모두 단순한 가축을 넘어선 반려동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각기 지닌 매력은 물과 불만큼이나 차이가 극명하니 재미있는 일이다. 해서 오늘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는 개의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작품 두 편을 살펴보려 한다.
먼저 애니메이션 <초원의 왕 도제>는 티베트 고원의 사자개 ‘도제’와 어린 소년 ‘텐진’의 우정을 담은 영화이다. 어머니를 잃은 후 아버지를 따라 티베트 고원에서 살게 된 텐진은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과 쉽게 어울릴 수 없는 친구들 등 쉽사리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황금빛 털을 휘날리는 특별한 사자개 도제를 만나게 되고, 죽을 뻔한 도제를 구해주며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쉽사리 길들여지지 않고 이빨을 드러내 보이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키는 황금 사자개 도제는 우리들에게 익히 친숙한 ‘용맹하고 충성심 강한 개’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도제뿐 아니라 ‘돌아온 진돗개 백구’에 등장하는 멀고 험난한 여정 끝에 주인을 되찾아 온 ‘백구’나, ‘하치이야기’ 속 하염없이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하치’, ‘플랜더스의 개’ 속 마지막까지 주인의 곁을 지키는 ‘파트라슈’ 등 문화권을 막론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든든한 친구로서의 개의 이미지는 한결같다. 언제나 곁을 지키며 나를 사랑해주고, 집에 돌아오면 부러질세라 꼬리를 흔들며 행복한 얼굴로 맞아주는 정겨운 친구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들이 인간의 곁에서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하는 동안, 또 다른 인간의 가까운 친구인 고양이는 어떻게 제 몫을 하며 사랑받고 있을까.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어느 이름 없는 고양이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인 독특한 소설이다. 갈 곳 없이 배를 굶주리는 녀석을 집에 살게 해주었더니, 하는 일이라고는 쥐 한 마리 제대로 잡지 않고 그저 빈둥거리며 옆집 고양이들과 노닥거리고, 주인이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를 엿듣거나 일기를 엿보며 인간들의 모습을 비웃는 게 다이다. 시니컬하지만 솔직하고, 얄밉지만 틀린 말 하나 하지 않는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실은 얼마나 속물적이고 통속적인 존재인지 겉과 속의 다름이 낱낱이 드러나 보인다. 1900년대 초 발간된 작품이지만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어 일본에서는 드라마 및 영화화되기도 하였고, 국내에서는 출판사별 다양한 번역본으로 만나 볼 수 있으니 세월이 지났다 하더라도 인간의 본성과 고양이의 본성, 두 가지 모두 조금도 변하지 않은 듯하다. 책 속에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이 어찌나 잘 묘사되어 있는지 한 번쯤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아, 이 녀석 사실 그런 심보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 본인이 대단한 애묘가였던 것이 틀림없다.
이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유독 예술가 중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많은데, ‘고양이가 있는 집은 장식품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있듯 날렵하게 균형 잡힌 외형과 도도하기 그지없는 성격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미적 조화를 이루며 이들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인간에게 사랑받는 개와 고양이. 하지만 극명하게 다른 성격만큼 영화나 문학 속에서도 그 차이가 선명히 드러난다. 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중에는 유독 슬프거나 감동적인 것이 많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경우에는 은유적이거나 해학적인 작품이 많으니 한번 눈여겨 살펴본다면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