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소셜살롱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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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이어집니다.
슬릭프로젝트
슬릭프로젝트는 소셜 모임에 '운동'이 결합된 커뮤니티로, 쉽게 말하면 단체 PT라고 보면 된다. 평소 내가 운동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이렇게 해보면 좀 더 재밌게 오래 할 수 있을까 싶어 신청해 보았었다. 한번 신청하면 총 7주의 기간 동안 주 1회씩 나가는 형태였고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었다. 운동 목적 및 난이도에 따라 프로그램이 나뉘어 있고, 여의도, 교대, 신도림 등 서울 전 지역에 지점이 있어 비교적 집과 가까운 곳으로 골라서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1회당 4~5만 원의 가격으로 사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1:1 PT를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첫날 들었던 생각은 단연 '아, 뻘쭘하다...' 였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운동복을 입고 맨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처럼 오늘 처음 참석한 사람과 달리 오래 쭉 활동을 이어와서 이미 친목이 형성되어 있는 무리도 있었는데, 특히 운동 시작 전이나 쉬는 시간, 종료 후 등에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터라 자연스럽게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혼자 가만히 앉아있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척해야 했고 첫날 들었던 뻘쭘함의 감정은 마지막 7주 차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쭈욱~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편했던 것은 예정된 일정에 참여하기 어려울 때 다른 날짜, 다른 지점의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어 아까운 횟수를 날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의외였던 점은 생각보다 참여 인원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인데, 한번 할 때 15~20명 정도 되는 멤버들이 함께 하는 형태였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음) 인원이 많은 만큼 코치도 3~4명 정도 투입되긴 했으나 아무래도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봐준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워 그런 부분에서는 개인 PT보다 만족도가 떨어졌다. 대신 여럿이 어울려 함께 대결도 하고, 게임도 하는 식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들어갔으니 재미가 있긴 한데, 문제는 잠깐 운동 같이 할 때 몇 마디 나눌 뿐이지 그 전이나 후의 소셜 교류가 전혀 없으니 다음번 만났을 때 아는 척, 친한 척할 수 있는 '찐 운동 동지'를 만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내심 회식 같은 게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식단 관리의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니 공식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자리는 없었고, 그냥 자발적으로 친한 사람들 몇몇끼리 트레이너와 함께 뒤풀이를 가는 듯했다. 예의상이라도 물어봐 주었으면 덥석 끼어들었을 텐데,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아 결국 그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었다. 힝.
이렇듯 만족스러운 부분보다 아쉬웠던 부분이 많아 한 번 참여한 이후로 재신청은 하지 않게 되었다. 경험상 슬릭프로젝트는 어지간한 인싸, 핵외향 피플이 아니라면 참여하는 것만으로 기가 쪽 빨릴만한 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짝을 지어 주고 옆 팀과 경쟁을 하게 하고, 코치들이 채찍질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의욕이 생기긴 하지만 내향인이라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꽤나 클 것 같아 2회 차부터는 가기 싫어질지도.
그룹 PT의 장점은 보통 1:1 보다 저렴하다거나, 여럿이 함께 해서 재미있다는 부분일 텐데 그 당시의 슬릭프로젝트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느낌이라 내 입장에서는 더 연장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광고를 할 때도 소셜, 친목적인 부분을 내세우는 만큼 좀 더 모든 멤버들이 쉽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든 소셜 모임들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고인물을 선순환시키는 것인데, 운영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한 충성 고객이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멤버들의 유입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어버린다는 점에서 무척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크리에이터 클럽
다음 순서는 소셜 클럽 중 꽤 잘 알려져 있는 크리에이터 클럽이다. 인스타에 광고가 하도 올라오는데 또 내용이 제법 구미가 당겨서 신청하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서 만나게 된 사람들 대부분도 인스타 광고로 왔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모임 주제에 따라 아래와 같이 여러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나는 그중 한 가지 목표를 정해 함께 달려 나가는 '열정에 기름붓기'를 선택했다. 2주에 1번, 3시간 정도씩 만나고 총 6회, 그러니까 약 3개월 동안 활동이 이어지고 금액은 20만 원 초반대로 1회당 3~4만 원 정도였다. 당시 한 모입니다 인원은 10명 내외로, 우리 모임의 인원은 총 12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모임에는 1명의 진행자가 속해있는데 이들은 크클 소속 직원도 아니고, 우리와 같은 일반 참여자도 아닌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보통 이전 참여자들 중 자발적으로 지원하거나 다른 팀원으로부터 추천받을 경우 다음 모임의 진행자로 참가할 수 있는 듯하다. 이 진행자가 크클로부터 교육을 받아 PPT 및 종이 자료들을 활용해 매 회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 모임의 진행자가 누구냐에 따라 모임의 분위기 및 퀄리티가 많이 좌지우지될듯하다.
'열정에 기름붓기' 프로그램은 우선 3개월 후 달성하고 싶은 개별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2주마다 달성해야 하는 작은 목표를 설정한 후 매 회마다 성공 여부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목표의 종류는 저마다 각양각색이었고 나 같은 경우 당시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던지라 '3개월 동안 원고 완성하기'를 목표로 설정했었다.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하자면 우선 2주에 1번씩 만나기 때문에 텀이 상당히 길었는데, 만나지 않는 기간 동안 카톡방 인증과 같은 미션을 준다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소통이 끊어질 수밖에 없어 루즈한 느낌이 들었다. 또 만남을 진행할 때는 PPT나 영상 같은 시각자료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었는데, 사실 너무 뻔할 수밖에 없는 교육적인 내용들인지라 크게 와닿지도 않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10명이 넘는 사람들끼리 함께 식사도 하고(장소에서 음식을 시켜먹거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권장했었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3시간이 은근 빠듯하기 때문에 '교육'이 아닌 '소셜 모임'의 정체성대로 한쪽에 더 무게가 실렸으면 하는 마음. 또 커다란 틀을 제시해주는 것 외에 딱히 크클에서 해주는 것이 부족하달까. 그냥 주변에서 자유롭게 인원을 모아 '목표 달성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퀄리티가 실망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무료 혹은 적은 금액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고 생각되어 지급한 비용이 아깝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별 페널티가 없기 때문에 강제성이 떨어져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나약한 정신머리의 나는 결국 3개월 후에도 원고 한 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크리에이터 클럽 팀의 진정성이었다. 자원봉사가 아닌 기업인 만큼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걸 너무... 너무 많이 티를 낸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인스타나 홈페이지의 홍보 자료를 보고 감명받았던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곳이라기보다는, 회원수 늘리기에 급급한 장사꾼의 모습이 겹쳐져 일말의 배신감이 들 정도였다. 이런 감정은 비단 나뿐 아니라 모임의 다른 멤버들도 느끼고 있어 우리끼리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여러 번이었다. 결국 크클팀이 아주 여러 번 반복해서 '재등록'을 강력 권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 중 재등록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면 좋았던 점은 무엇일까. 결국 남는 것은 사람들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고, 더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서 크리에이터 클럽의 문을 두드린, 나와 같은 사람들. 모임이 끝난 이후에도 단톡방을 계속 유지하며 안부를 주고받고 정기적으로 모여 얼굴을 보곤 했었다. 망할 코로나 때문에 못 본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가지만, 멀리서나마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고 그때 이루지 못했던 각자의 목표를 응원하는, 멀지만 든든한 지인으로 남게 된 것이다.
크클 측에서 광고한 대로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은 사실이니, 운영 수준을 떠나 크클을 했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소셜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그곳에 속한 사람들의 질이기 때문이다.
청년밥상모임
http://dongjaksw.or.kr/bbs/board.php?bo_table=0304&wr_id=36&page=6
"너 이거 해보면 어때?"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가 버스 정류장에서 찍었다며 내민 사진 한 장. 동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최하는 '상도청년밥상모임'의 멤버를 모집하는 전단지였다. 콘셉트는 간단했다. '상도동에 사는 청년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밥을 차려 먹자.' 바로 전단지에 적힌 연락처를 통해 참여 신청을 했고, 담당 직원분과 간단한 면담(?)을 거쳐 밥상 모임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마침 우리가 모여 함께 밥상을 차리게 될 장소가 그 당시 우리 집에서 도보로 1분 거리였다.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동네 청년들이 1~2주에 한 번씩 모여 같이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는데 나는 사실 셰어하우스에서 여러 명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밥을 잘 못 챙겨 먹지도, 밥 먹는 시간이 외롭지도 않았지만 '우리 동네에는 어떤 청년들이 살까?' 하는 호기심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다양한 직업, 다양한 나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고 꼭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동네 이웃이다 보니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쳐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겼고 말이다.
청년밥상모임에서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복지관에서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체계적으로 운영 방식이나 구성이 짜여있다기보다는, 우왕좌왕 부딪혀가며 함께 만들어가요~ 하는 식으로 열려 있는 느낌이라 멤버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커져 그만큼 부담도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가령 식사 메뉴를 정한다거나, 요리 당번을 나눈다거나 등 소소한 결정을 할 때도 멤버들의 자율성에 맡기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일방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늘 말을 하는 사람만 입을 열게 되는 구조랄까. 그렇게 한쪽으로 비중이 몰리다 보면 열심히 하던 사람도 어느 순간 '맨날 나만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혹은 '내가 운영진도 아닌데 왜 다 해야 하지?' 하는 억울한 마음에 훌쩍, 모임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또 복지관에서 주최하는 모임이다 보니, 젊은 청년들 여럿이 모여있어도 음주를 할 수가 없어 마치 교회 모임처럼 너무 건전하고 건실한-, 마치 EBS에 출연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물론 이후에 따로 회식 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그제야 서로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된 친밀감이 형성된 듯하다.
고독한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밥친구, 동네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가 몹시 좋았던 모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래 지속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현재는 밥상 모임에서 '동네식구'로 이름을 바꿔 우리 동네 근방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 사업 등을 공유하는 정보 나눔 방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청년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는 등 청년들과 더 친숙하게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https://youtu.be/AFRm7 lv2 QKE
나이가 들어갈수록 참,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다양한 종류의 소셜 모임들이 생겨나는 것이 반갑다. 그간 경험했던 다양한 모임들을 나열하며 어떤 것은 추천을 하기도, 어떤 것은 비추천을 하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나는 모든 형태의 소셜 모임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랜덤 채팅과 소개팅 어플, 불순한 목적이 주를 이루는 소모임들 외에도, 어른들이 새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건강하고 유익한 장이 필요하다.
그러니 만약 해볼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무조건 해보기를, 그리고 그 경험을 주변에 많이 나눠주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만족하든 만족하지 못하든, 적어도 그 경험으로 인해 당신의 인생이 지금보다 조금 더 풍요로워지리란 사실을 200%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