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에게 신뢰를 얻는가장 쉬운 방법
직장에서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은가? 비법은 간단하다.
'나'를 절대, 믿지 말 것.
성공한 이들의 무수한 자기개발서와 스피치에서는 나 자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의심하지 마라는데, 대체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과연 회사에서 일할 때 왜 스스로를 신뢰하면 안 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사람의 기억은 너무나 쉽게 왜곡되고 잊힌다. 때로는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기록되기도 한다. 때문에 직장에서 기억력에 의지한다는 것은 일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모든 것을 받아 적으면 된다. 미팅할 때도, 출장 갈 때도 필기구를 손에서 놓지 말자. "ㅇㅇ씨, 잠깐만요"로 시작된 10분짜리 대화라 할지라도 항상 받아 적을 것을 들고 가라.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날지 모른다. 내 기억이 아무리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지라도, 절대 증거 없이 "다음 주 화요일 3시 미팅일 거예요" 혹은 "다음 달 2일 도착인 걸로 기억합니다"와 같은 말을 내뱉지 말아라. 모든 말을 내뱉기 전에, 메일을 보내기 전에 반드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신의 노트, 팀 회의록, 스케줄러, 혹은 다른 동료들에게라도 확답을 받아라. 대부분은 당신의 기억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적어도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정보가 잘못되거나 부족하거나 혹은 그 사이에 변경되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중요한 미팅에 들어가는데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받아 적을 자신이 없다면 녹음이라도 하자. 신입사원이라 업계 용어나 큰 숫자 단위, 외국어 등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이 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 미팅이 끝난 후 다시 한번 차근히 녹음 내용을 들어보며 본인의 필기와 비교해 보라. 아까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던 내용이 이제는 이해될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모르겠는 부분은 슬며시 선배에게 물어본다면 꼼꼼하고 열의 넘치는 후배로 오히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물론 번거롭게 매번 녹음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대여섯 번만 해 본다면 감이 생겨 어느 순간부터 녹음에 의존하지 않아도 빠르게 회의 내용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중요한 PT 발표가 있는가? 자료도 완벽히 준비되어 있고, 원래 발표에 자신이 넘치는 스타일인가?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이젠 노련해져 식은 죽 먹기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가슴속부터 흘러나오는 자신감을 너무 믿지는 말자. 혹시 근자감일지도 모를 가능성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고 질책하라. 최악의 경우를 떠올려라. '만약 USB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 이제까지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었던 USB이지만 하필 그 날 아침, 수십 명의 간부 앞에서 고장이 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에 대비해 여분 USB를 준비하고 이메일로도 자료를 보내 놓을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서 질문이 나온다면?' 별로 중요한 파트도 아니고 누구도 큰 관심이 없을 듯해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갈 부분이지만, 하필 대표가 거기에 꽂혀 꼬치꼬치 예리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에도 대비해 발표 내용의 모든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를 해 갈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를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가는 과정에서 당신은 좀 더 견고해지고, 완전해진다. 의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이전에 해봤으니까 대충 이러이러하게 하면 되겠지-?' 과거의 자신에 안주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연습하고 검토하라. 자료에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오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매번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되도록 채찍질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잘할 수 있다' '나는 성공적으로 PT를 마칠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자신감에 대한 근거까지 모두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는가? 혹시 그저 최선의 노력 없이 상황을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은 자기 최면은 아닌지?
사람의 직감, 촉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잘 맞을 때도 많지만, 제발 회사에서만큼은 나 스스로를 '똥촉'이라고 가정하자. 가령 퇴근하기 전에 '오늘 거래처에 메일 보냈던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대충 기억을 떠올려 보니 열심히 메일 작성했던 것도 떠오르고 느낌상 분명 보내기 버튼을 누른 것 같다. 내가 안 보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안심하고 컴퓨터를 끄면 안 된다. 다시 확인해 보면 작성 중인 메일이 임시 보관함에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하필 이메일 서버 오류 때문에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의심이 들더라도 꼭 보낸 메일함에 들어가서 메일이 제대로 전송 완료되었는지 확인하라. 특히 첨부파일을 빼먹고 메일을 발송하는 실수는 꼭 신입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곤 한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일 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완벽하게 써내려 간 메일 내용에 스스로 도취해 첨부파일을 빠뜨렸을 거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실수는 내가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을 때, 모든 것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터진다. 그러니 반대로 나를 실수투성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빼먹었을지 몰라! 나는 덜렁대니까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재미있게도 내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검열할수록 상사에게 비치는 당신의 이미지는 매사 일처리 깔끔하고 정확한 사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자주 깜빡하고 실수하는 것은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성의이고 습관이다. 직장 동료는 당신이 덜렁대는 모습을 결코 애인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그러니 절대로 귀차니즘에 잠식된 나 자신이 속삭이는 '제대로 했을 거야, 걱정하지 마~' 태평한 마음의 소리에 흔들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