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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Aug 15. 2018

회사에서는 절대 '나'를 믿지 말아라

 직장 상사에게 신뢰를 얻는가장 쉬운 방법

직장에서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은가? 비법은 간단하다.


'나'를 절대, 믿지 말 것. 


성공한 이들의 무수한 자기개발서와 스피치에서는 나 자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의심하지 마라는데, 대체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과연 회사에서 일할 때 왜 스스로를 신뢰하면 안 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첫 번째, 기억을 믿지 말아라

사람의 기억은 너무나 쉽게 왜곡되고 잊힌다. 때로는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기록되기도 한다. 때문에 직장에서 기억력에 의지한다는 것은 일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모든 것을 받아 적으면 된다. 미팅할 때도, 출장 갈 때도 필기구를 손에서 놓지 말자. "ㅇㅇ씨, 잠깐만요"로 시작된 10분짜리 대화라 할지라도 항상 받아 적을 것을 들고 가라.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날지 모른다. 내 기억이 아무리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지라도, 절대 증거 없이 "다음 주 화요일 3시 미팅일 거예요" 혹은 "다음 달 2일 도착인 걸로 기억합니다"와 같은 말을 내뱉지 말아라. 모든 말을 내뱉기 전에, 메일을 보내기 전에 반드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당신의 노트, 팀 회의록, 스케줄러, 혹은 다른 동료들에게라도 확답을 받아라. 대부분은 당신의 기억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적어도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정보가 잘못되거나 부족하거나 혹은 그 사이에 변경되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중요한 미팅에 들어가는데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받아 적을 자신이 없다면 녹음이라도 하자. 신입사원이라 업계 용어나 큰 숫자 단위, 외국어 등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이 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 미팅이 끝난 후 다시 한번 차근히 녹음 내용을 들어보며 본인의 필기와 비교해 보라. 아까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던 내용이 이제는 이해될 것이다. 그래도 확실히 모르겠는 부분은 슬며시 선배에게 물어본다면 꼼꼼하고 열의 넘치는 후배로 오히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물론 번거롭게 매번 녹음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한 대여섯 번만 해 본다면 감이 생겨 어느 순간부터 녹음에 의존하지 않아도 빠르게 회의 내용을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자신감을 믿지 말아라

내일 중요한 PT 발표가 있는가? 자료도 완벽히 준비되어 있고, 원래 발표에 자신이 넘치는 스타일인가?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이젠 노련해져 식은 죽 먹기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가슴속부터 흘러나오는 자신감을 너무 믿지는 말자. 혹시 근자감일지도 모를 가능성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나를 의심하고 질책하라. 최악의 경우를 떠올려라. '만약 USB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다. 이제까지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었던 USB이지만 하필 그 날 아침, 수십 명의 간부 앞에서 고장이 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에 대비해 여분 USB를 준비하고 이메일로도 자료를 보내 놓을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서 질문이 나온다면?' 별로 중요한 파트도 아니고 누구도 큰 관심이 없을 듯해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갈 부분이지만, 하필 대표가 거기에 꽂혀 꼬치꼬치 예리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에도 대비해 발표 내용의 모든 부분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를 해 갈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를 의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가는 과정에서 당신은 좀 더 견고해지고, 완전해진다. 의심이 깊으면 깊을수록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이전에 해봤으니까 대충 이러이러하게 하면 되겠지-?' 과거의 자신에 안주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연습하고 검토하라. 자료에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오타를 발견할 수도 있다. 매번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되도록 채찍질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잘할 수 있다' '나는 성공적으로 PT를 마칠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자신감에 대한 근거까지 모두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는가? 혹시 그저 최선의 노력 없이 상황을 얼렁뚱땅 넘어가고 싶은 자기 최면은 아닌지?


세 번째, 직감을 믿지 말아라 

사람의 직감, 촉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잘 맞을 때도 많지만, 제발 회사에서만큼은 나 스스로를 '똥촉'이라고 가정하자. 가령 퇴근하기 전에 '오늘 거래처에 메일 보냈던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대충 기억을 떠올려 보니 열심히 메일 작성했던 것도 떠오르고 느낌상 분명 보내기 버튼을 누른 것 같다. 내가 안 보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안심하고 컴퓨터를 끄면 안 된다. 다시 확인해 보면 작성 중인 메일이 임시 보관함에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하필 이메일 서버 오류 때문에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의심이 들더라도 꼭 보낸 메일함에 들어가서 메일이 제대로 전송 완료되었는지 확인하라. 특히 첨부파일을 빼먹고 메일을 발송하는 실수는 꼭 신입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곤 한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일 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완벽하게 써내려 간 메일 내용에 스스로 도취해 첨부파일을 빠뜨렸을 거라는 일말의 가능성을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실수는 내가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을 때, 모든 것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터진다. 그러니 반대로 나를 실수투성이라고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빼먹었을지 몰라! 나는 덜렁대니까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재미있게도 내가 스스로를 의심하고 검열할수록 상사에게 비치는 당신의 이미지는 매사 일처리 깔끔하고 정확한 사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자주 깜빡하고 실수하는 것은 단순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성의이고 습관이다. 직장 동료는 당신이 덜렁대는 모습을 결코 애인처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다. 그러니 절대로 귀차니즘에 잠식된 나 자신이 속삭이는 '제대로 했을 거야, 걱정하지 마~' 태평한 마음의 소리에 흔들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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