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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재 Oct 14. 2018

세상에서 가장 쉽게 좋은 사람 되기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단 세 마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른 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요즘 소위 말하는 자칭 '아싸(아웃사이더)'라고 한들 여전히 타인에게 손가락질, 눈총 등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어려운 일이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활발한 사람이든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안한 조용한 사람이든 사회적 교류를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이어나가야만 하는 인간이라면 기왕이면 내가 호감이 가는 사람,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으로 타인에게 인식되는 편이 살아가는데 훨씬 편리하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더 호감이 가는 사람에게 하나라도 더 베풀고, 신경을 써 주게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조금 더 살기 편하게 해주는 '인맥관리'의 비법을 풀어놓은 콘텐츠들이 무수히 널렸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쉬우면서도 강력한 방법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이다. 


인사를 잘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종류의 인사말이 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인사의 용도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아주 기초적인 상식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당연시하지 않는다. 말할 때마다 돈이 드는 것도, 혀가 닳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몸을 사린다. 어쩐지 스스로를 낮추는 기분이 들어서일 수도, 겸연쩍거나 부끄러워서 혹은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세 가지 인사는 언제 어디서 아무리 많이 말해도 항상 넘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가진 힘은 사진 한 장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임기 당시 백악관의 청소부와 주먹 인사를 하는 이 사진이 공개되고 무수한 관련 기사가 떴다. '친근하고 격식 없는 대통령', '노동자의 진정한 친구', '역사상 가장 인간적인 세계 정상' 등 한 나라의 정상이라면 탐날 수밖에 없지만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명예로운 타이틀로만 가득하다. 실제 대통령으로서의 운용 능력과는 별개로, 단지 노동자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네었을 뿐인데 돌아온 성과이다.


내가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가진 효과는 여전히 대단하다. 눈이 마주쳐도,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그 사람을 알아도, 몰라도, 그 사람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건네지 않아도 무조건 인사를 하라. 말하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면 목례나 눈인사라도 반드시 하라. 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거나 상황이 적절하지 않아 센스 있게 적절히 인사를 생략했다고 합리화할 수 있지만, 꼭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쟤는 인사를 잘 안 하더라" 하는 식의 뒷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무조건 인사를 하자. 가끔 인사가 씹혀 무안하더라도 괜찮다. 인사를 너무 잘한다, 많이 한다는 이유로 욕먹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녕"을 남발하더라도 다들 당신을 예의 바른 사람, 사교성 좋은 사람, 군기 바짝 들어있는 사람으로 평가할 뿐이다. 말 한마디로 이토록 긍정적인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니 대단한 효율 아닌가?


#고맙습니다

"고맙다"만큼 간단하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말이 있을까. 내 목숨을 구해주어도 고맙고, 떨어진 볼펜을 주워줘도 고맙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든 적용 가능하니 나도 상대도 부담스러울 필요가 없다. 그러니 고맙다는 표현은 되도록 아끼지 말자. 상대가 수저를 놔줘도 고맙고, 물을 따라줘도 고맙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줘도 고맙고, 밥을 사줘도, 커피를 사줘도 고맙고 영화를 보여줘도 고마운 것이다. 혹 나도 그만큼 하니까 당연한 것, 내가 한만큼 돌려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고맙다는 말을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보통 고맙다는 말을 들은 상대는 그 말 한마디를 들었다고 해서 의기양양 기세 등등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져 '어, 별것도 아닌 당연한 건데 고마워하네? 다음번에 또 해줘야겠다!'라 생각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때로는 말하기 귀찮아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생략할 수 있겠지만 한 두 번 반복될수록 상대는 예리하게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굳이 "너 왜 고맙다는 말 안 해?"라고 따지지는 않겠지만, 미묘하게 사이는 멀어질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손해 보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이렇게 해줘야 해?'라는 생각이 주변인들의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당신에게 크고 작은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꼭 아는 사이가 아니어도 꼬박꼬박 고맙다는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건물을 관리하는 청소부 아주머니와 마주칠 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한테 계산할 때, 혹은 버스에서 내릴 때 등등. 아무도 눈치 주지 않는데도 굳이 환한 얼굴과 큰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를 외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지나가던 제3자도 기분이 좋아져 미소를 짓게 되고, 용기를 내어 다음부터는 나도 저렇게 인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어쩌면 세상의 온기는 그런 식으로 퍼져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죄송합니다

신입사원 A 씨는 대리와 함께 지방 행사에 필요한 중요한 물품을 미리 택배로 보냈다. 그런데 막상 당일 지방에 내려가 보니 아직 물건이 도착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공휴일이 끼어 있었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과장에게 불려 가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과장: 더 일찍 보내거나 퀵으로 보냈어야지, 이걸 아무도 생각 못했어?
A 씨:.. 네.. 깜빡하고...
과장:.. 아무튼 늦더라도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대로 배포하도록 해. 
A 씨: 네, 알겠습니다!! 
과장: 잠깐만, A 씨.
A 씨: 네?!
과장: 여기서는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죄송합니다가 나와야지. 지금 A 씨가 실수한 거 아니야?
A 씨: 아, 네... 죄송합니다...

여기서 A 씨가 처음부터 '죄송합니다'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신입이라 인사말에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만 몰랐던 거 아닌데..' 하는 억울함에서 기인하였을 확률이 높다. 회사의 높은 담당자가 첫 지시를 하였을 것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A 씨는 그저 대리를 쫄랑쫄랑 따라가서 택배 보내는 것을 지켜본 것이 다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이 적어도 세네 명이었기 때문에 가장 막내인 자신의 잘못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는 언제나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가장 막내에게 화살이 돌아가기 십상이다. 막내 입장에서는 '죄송합니다'를 말하는 순간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시인하는 기분이 들어 '알겠습니다'라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고, 이를 꿰뚫어 본 과장이 괘씸한 마음에 굳이 지적까지 하게 된 것이다. 과장 역시 그 윗 상사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을 테고 이를 해소할 곳이 필요하다. 만일 A 씨가 처음부터 "정말 죄송합니다 과장님, 제가 미처 꼼꼼히 챙기지 못했습니다" 하고 나왔더라면 과장은 오히려 쿨하게 괜찮다고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신입이 이미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기 때문에, 굳이 그것을 지적해 더 꼬투리 물고 늘어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성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아니야, 내가 더 잘 챙겼어야 하는데.." 하며 넘어가고 속으로는 '혼자 한 것도 아닌데 우리 막내가 책임감도 강하고 착하네, '라고 좋게 생각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막내가 은근슬쩍 자신의 과오가 아니라는 듯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넘어가려 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추가적인 페널티가 붙어 더 쓴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장도 막내도, 기분만 더 나빠졌을 뿐이다.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겪는 시행착오다. "죄송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참 어렵고 힘들다. 내가 못했다는 것, 다 내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비참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말 한마디일 뿐이다. 그 말 한마디에 필요 이상의 무게도, 심지어 거창한 진심까지도 담을 필요는 없다. 평온한 회사생활을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상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저 상대가 잘못했다는 말,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뿐이다. 여기서 괜한 자존심을 부린다고 뻐튕겨봤자 퇴사 말고는 답이 없다. 그냥 처음부터 빠르고 겸손하게 잘못을 인정하라. 한 시간 들을 잔소리가 10분으로 줄어든다. 


일적인 실수를 저질렀을 때뿐 아니라(거기에 실제 내 책임은 단 1%라 한들) 아침에 10분 지각했을 때, 누군가와 살짝 부딪혔을 때(혹은 부딪힐 뻔했을 때), 발을 밟았을 때는 당연하거니와 심지어 발을 밟혔을 때도 자동으로 무조건 "죄송합니다"를 말하라.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학원, 지하철 등 두 명 이상의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공동 공간에서는 항상 그렇게 행동하라. 의외로 부딪혔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분명히 인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신음소리만 내고 바쁘게 지나쳐 갈 뿐이다. 본인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내가 먼저 인사를 하면 상대도 더 미안해하며 같이 고개를 숙인다. 결코 당신을 만만하거나 우습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교양 없었음을 부끄러워할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간단한 세 마디가 가진 힘은 대단하다. 당신 주변의 호감형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그중 인사성이 밝지 않거나,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아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인사말은 로봇같이 잘 하지만 비호감인 사람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호감을 끌려면 일차적으로 인사를 잘 하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는 '좋은 사람'을 구분 짓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선전부터 탈락하면 내가 아무리 깊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 한들 어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깊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인사를 등한시할 리가 없다. 인사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을 때 자연스레 묻어 나오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인류애를 타고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습관이 될 때까지 부단히 반복하면 얼마든지 장착 가능한 옵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내가 타인들에게 호감을 사고 싶다면, 이 세 가지부터 당장 확실히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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