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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Dec 28. 2020

어쨌든 메리 크리스마스

출근하며 지나친 거리와 사람들에게선 각박한 세상 탓인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어릴적엔  키보다 한참 높고 반짝거리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올려다 보고, 여러 캐롤들을 오고가며 어렵지 않게 들을  있었는데 이제는 캐롤을 들으려면 핸드폰에서 직접 찾아 들어야하는 추세이다. 크리스마스를 느끼려면 그만한 자발적 노력이 동행되어야 한다.  틀에선 분위기가  나진 않지만 그래도  속의 자그마한 움직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지하철역의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 빨간 머플러를 함께 코디한 커플,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쁜 그림의 엽서를 고르는 사람 등을 보며 “, 그래도 크리스마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2 25. 저녁 8, 퇴근  애매하게 남은 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창가에 앉아 옅어져가는 크리스마스를 보며 사랑과의 닮은 점을 느낀다. 둘의 상징적인 색깔도 같고 춥고도 따뜻한 양면의 온도도 비슷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선물을 주고 받고, 크리스마스를 핑계삼아 사랑스런 존재들의 안부를 묻는다. 또한 그들과 함께 보내야  것만 같은 무언의 일방적인 약속을 하곤 한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무언가가 있는 .  것만으로도 사랑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연인 또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시간. 혹은 로맨스 영화한편과 와인. 그거면 충분하다.


원래 내려야하는 정류장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 내린다. 근처 편의점에 들러 좋아하는 흑맥주  캔과 과자 2개를 산다. 집에 들어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늦은 저녁밥을 먹으니 어느덧 크리스마스는 1시간밖에 남지 않는다. 방에 들어오니 포만감과 함께 졸음이 쏟아진다.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크리스마스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없다. 남은  책상 위에 놓인 흑맥주와 과자2 .


  잠들어 지나간 시간은 꿀같은 피로회복으로, 남은 맥주와 과자는 머지않을 다른 날의 퇴근  기다림이 되었다.


안녕, 2020년의 크리스마스. 어찌됐건 메리 크리스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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