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Jan 18. 2021

생각과 가사

가뜩이나 많은 생각이 과부화된다고 느껴질 때면 무언가 한 가지에 몰두한다. 그림을 그리던 청소를 하던 산책을 하던. 겨울철이라 건조한 탓인지 침대 옆 협탁 위에 먼지가 그새 쌓였다. 핸드폰을 들어 미세먼지를 체크한 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지금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있나.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발전했는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날 끌어당기는 건 또 무엇인가. 날이 풀리면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그 길은 내 취향과 닮아있는가. 조금은 익숙한가 아님 온전히 어색한가. 졸음과의 타협은 불가피해지고, 잠들기 전 읽은 문장들과 내 다짐은 언제까지 꿈속에 방치해 둘 것인가 하는 이런저런 끝도 없는 생각과 결심과 그 언저리의 자괴감을 생각했다.


손걸레에 물을 적셔 방 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닦고 물기가 지나간 자리엔 키친타월로 남은 얼룩을 제거했다. 깔끔해진 방 안 만큼 마음도 말끔해졌다. 생각과 먼지는 닮아있다. 먼지 한 톨 없다고 하지만 그런 곳은 존재하지 않듯, 생각을 비우고 줄이고 또 없애도 한여름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마냥 스멀스멀 올라오기 마련이다. 대게 그 생각은 짙고 묵직하다. 그림 안에 감정을 담고 발뒤꿈치에 생각을 흘리며 무심히 걷고 걸어도 또 먼지는 쌓이겠지. 그럼에도 침대 밑 구석의 뭉친 먼지 어깨자락 두어번 털고 미소짓겠지. 어두컴컴하고 건조한 그 곳에서 기다리겠지 사라지고 또 그런대로 살아지길.


채워지고 비워내고 쌓이고 닦이며 그렇게 우린 살아간다.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생각이 아닌 세탁기에 넣는 생각들을 생각하고 싶다. 일방적으로 버려지는 것이 아닌 한번 더 곱씹어보고 건조대에 널린 생각들을 다시금 바라보고 싶다. 그때는 그랬었지 하며 생각의 옷가지를 하나하나 털어 널면서.

작가의 이전글 37.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