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Feb 11. 2021

저울은 필요없어요

21 , 입대를   남긴 시점에 잠깐 연락을 했던 사람이 있다.  어쩌다 하루이틀정도 연락을   전부였기에 썸이라고 하기도 뭐했다. 입대일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져갔다. 입대를 하루   5 26 , 한창 바쁘게 지인들과 안부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장문의 문자가   날라왔다.  핸드폰에도 이름이 저장 되있는  보니 분명 내가 저장한 사람은 맞을텐데 이름이 도통 낯익지 않았다. 프로필사진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녀였다. 거의 1달이 넘는 시간동안 연락을 안한 사이였기에 당황스러웠다. 문자의 내용은 계속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다 용기내서 다시 연락을 했다는 내용이 주였다. 안타깝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사실 내일 입대를 하게 되었다고, 연락줘서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훈련소에서 정신없이 훈련을 받을 무렵 사회에서의  편지를 받는 날이 왔다. 무채색의 인터넷편지와 색색의  편지들  한없이 정성스럽고도 어색한 발신자가 있었다. 그녀였다. 훈련소에 있는 동안  sns 친누나가 관리 해주었는데 게시물에 올린 훈련소 주소를 보고선 편지를 했다고 했다. 내용은 매번 달랐지만 보통 평범한 자신의 하루를 알려주었고 답장을 바라진 않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있었으면 한다는 응원의 말들이 많았다.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읽는 사회의 소소함은 내게 실로 크게 다가왔다.


처음엔 당황이었고  이후의  번은 부담이었다. 나랑 그리 친했던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편지를 쓴다고? 너무 고맙지만 그만큼 부담스럽고 약간은 무섭기도 하였다. 훈련소에서 3주차가 지나가면서부턴 그녀에 대한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이 열렸다기보단 그녀의 마음을 열어보고 싶었다. 그녀란 존재가 너무 고마웠고 궁금해졌다.


훈련소를 수료한  자대에 배치를 받으며 전화기를 사용할  있게 되었다. 일과가 끝난   편지에 적어주었던 그녀의 연락처를 노트에 옮겨 적고선 야외의 공중전화기로 향했다. 전화를 거니 깜짝놀라 벙어리가 되버린 듯한 그녀의 반응이 귀여웠다. 그렇게  번의 면회와 외박, 휴가를 통해 서로 짧지 않은 거리를 찾아가고  마중나오던 우린 결국 너무나도 멀어져버린 거리를 사이에 두고 각자 남겨졌다.


 일전  정리를 하다 우연히 다시금 그녀의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정성스레  편지들을 읽다가 그녀가 문득 다시 궁금해졌다. 그냥 뭐하고 사는지 가벼운 그리움이 일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어렸었다.  당시의  또래의 남들보다 성숙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어른인척 하는 어린애였던  같다. 핸드폰으로 그녀의 흔적들을 찾아볼까했지만 그저 어렸던  때의 소소한 추억으로만 남겨두는  좋을  같아 그만두었다.


내가 훈련소에 있었을 때부터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해주었던 그녀. 그에 투자한 정성스런 시간과 마음.  생각과 그로인한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게  요소들. 회답을 바라지 않는, 계산이 필요하지 않는 그런 관계를 가까이서 알려주었던 그녀가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인드를 유지할  있는 관계가 얼마나 될까. 메신저에  지인의 생일을 보며 무작정 선물하기를 누르기 전에 작년에 주고 받았던 선물을 찾아보고, 청첩장을 받아도 가야하는  맞는지 축의금은 얼마를 주는  적당할지 고민하는  오히려 보편적인 관계가 되어가는  같다. 각자의 다양한 사회성과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라는 핑계로 인해 나조차도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주기만 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사랑의 크기 또는 양을 재지 않는 사람. 시소보단 미끄럼틀에 가까운 사람.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지도록 나부터가 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야겠다. “사랑은 돌아오는거야!” 라며 부메랑을 던지는 권상우도 좋지만 돌아오던 말던 던지고 보는 쿨한 내가 되도록.

작가의 이전글 짬짜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