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Feb 25. 2021

적당히 소란스러운 삶

귀를 파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서, 핸드폰을 하면서, 그냥 왠지 파보고 싶어서 시도 때도 없이 귀를 파곤 했다. 유독 오른쪽 귀를 즐겨 팠는데 자주 파서 그런지 왼쪽 귀보다 면봉이 깊숙이 들어가져  시원했다. 어느 순간이 되니 매일매일  파는 것이 마치 하루의 고정적인 일과처럼 느껴졌다. 귀에선 피가 흘렀지만  아픔은 없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루는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오른쪽 귀가 간질거렸다. 귀찮음보다 가려움의 크기가 컸기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테이블 위의 면봉을 집어들었다. 침대에 걸쳐앉아 귀를 파는데  몸이 찌릿했다. 실수로 너무 깊게 면봉을 넣은 탓에 고막을 잘못 건드린  같았다. 본능적으로  이상 귀를 파면 안될  같다는 생각에 다시 침대에 누워 곧장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오른쪽 귀가  막힌 느낌이었다. 간단히 세안을   근처의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도  문제는 아니었다. 의사선생님의 충고와 함께 간단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청력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조용한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면 귀에서 -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유독한 환자가 죽을  나는 심장박동 측정기의 부산하고 일정된 소리가  멀리서부터  앞까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이내 머릿속은 한없이 혼란스러워지지만 묵묵히 견디다보면 한순간 고요해진다.  몸이 나에게 적적함을 질투하며 적당히 소란스럽게 살라는 신호를 보내는  같았다.


적당히 소란스러운 .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보통의 사람이라면 전부 해당되는  같았다. 잠에서 깨어나 출근을 하고 많은 것을 보고 대화하고 듣는 우린 지친 오감을 위로한답시고 버스 안에서 잠시 눈도 감아보고 음악을 들으며 퇴근길을 지나지만 정작 가장 지쳐있는  오감엔 없는 마음이다. 피곤함과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마음  어딘가 바닥에서부터 겹겹이 쌓여 귀까지 차오르게 되면 - 소리를 내며  이상 차오르지 못하게 신호를 주는  아닐까싶다. 집에 도착하여 잠들기  여분의 음악도 공기의 흐름도 멈춘 듯한 적막한 순간이 되면 찾아오는 이명은 어쩌면 외롭고 지쳐있지만 그렇지 않은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Comfortabl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