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쫒기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어.
적당히 붙잡고 있었어야 했는데 말 그대로 시간을 그냥 보내버렸단 걸 뒤늦게 깨달아 버린거야.
막차는 끊기고 곧 비가 온다는 소식에 찾아간 너의 집에서 우린 특별한 것 없었지만 재밌어했어.
우연치 않게 찾은 너와 지인들의 폴라로이드 사진들을 보며 내 사진도 몇 장 찍어준다고 했었지.
마시고 있던 보리차를 내려다보니 괜히 비슷한 색인 양주가 생각 났던거야.
마침 또 빈 양주병이 있어서 보리차를 옮겨 담아 테이블 위에 두고 사진을 찍었어.
보리차에 한껏 취한 3월의 첫 날이었지.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랬던거야.
빈 양주병과 그 안의 보리차와 다를 게 없던거지.
너도 나도 이름 모를 누군가도 어쩌면 우린 모두 비슷하게 도는 갈색빛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