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준 Apr 14. 2021

여진

외모도 마음도   정말 어렸다. 실제의 나이가 정말 어렸으니까. 너에게  굉장히 낯선 존재였고, 물론  또한 모든  낯설었다. 분명 필연적으로 마주칠 관계는 아니었는데 주위 사람들을 핑계 삼아 먼저 다가와 주었던 너에게  눈길이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시작은 어떠했고  끝은 어떠했었는지 떠올려 봐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렇게 우린 자연스레 멀어졌고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관계의 정의는 달라졌지만 울적하진 않은 멜랑꼴리한 관계 속에서 잠시 마침표를 찍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4년? 5년? 몇 십번의 계절이 지나 다시 마주한 너는 지나 온 시간만큼 변해있었다. 너의 시선에서 본 내 모습 또한 그렇게 느껴졌을까. 반갑고 어색한 이질감을 술로 적당히 녹이고 헤어졌던 그 해 겨울이후 작은 쉼표 하나를 찍었다.



또 다시 몇 년이 지나 참 많이도 갔었던 그 동네에서 우린 만났다. 믿기지 않을 만큼 넌 예전 그대로였다. 아주 예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잠시 되돌아갔고 충분히 가능했지만 마냥 쉽게 빠져나오고 싶진 않았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 힘 겨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눈치 보며 힘을 싣지 않는 그런. 뭐랄까 여진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한 건 진동이 잔잔하지만은 않다. 이번엔 큰 쉼표 하나를 찍기로 했다. 아마 당분간 앞으로의 우리 사이엔 마침표는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DIFFEREN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