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마음도 그 땐 정말 어렸다. 실제의 나이가 정말 어렸으니까. 너에게 난 굉장히 낯선 존재였고, 물론 나 또한 모든 게 낯설었다. 분명 필연적으로 마주칠 관계는 아니었는데 주위 사람들을 핑계 삼아 먼저 다가와 주었던 너에게 난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시작은 어떠했고 또 끝은 어떠했었는지 떠올려 봐도 도통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렇게 우린 자연스레 멀어졌고 또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관계의 정의는 달라졌지만 울적하진 않은 멜랑꼴리한 관계 속에서 잠시 마침표를 찍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4년? 5년? 몇 십번의 계절이 지나 다시 마주한 너는 지나 온 시간만큼 변해있었다. 너의 시선에서 본 내 모습 또한 그렇게 느껴졌을까. 반갑고 어색한 이질감을 술로 적당히 녹이고 헤어졌던 그 해 겨울이후 작은 쉼표 하나를 찍었다.
또 다시 몇 년이 지나 참 많이도 갔었던 그 동네에서 우린 만났다. 믿기지 않을 만큼 넌 예전 그대로였다. 아주 예전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잠시 되돌아갔고 충분히 가능했지만 마냥 쉽게 빠져나오고 싶진 않았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 힘 겨루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눈치 보며 힘을 싣지 않는 그런. 뭐랄까 여진이라고 해야 할까. 확실한 건 진동이 잔잔하지만은 않다. 이번엔 큰 쉼표 하나를 찍기로 했다. 아마 당분간 앞으로의 우리 사이엔 마침표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