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완벽하게 이해를 한 건 아니야. 나도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데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지극히 표면적인 관점일 뿐이지. 그렇잖아,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거라고. 그냥 들어준거야 뭐 별건 아니고 내 세상과 너의 세상 사이 어딘가의 적절한 교차점을 찾고 내 얘기를 한 것 뿐이야. 다만 온전히 중심을 잡으면서.
너가 그랬지 슬픔을 숨기려 겉으로 활발하게 행동한다고. 근데 그거 알아? 너가 굳이 말 안했어도 다 알고 있었어. 너랑 처음 이야기를 나눴었던 그 날부터 난 알고있었어. 어딘가 슬퍼보였거든 우울해보였다고 하는 게 맞을까 너 주변에 보이지 않는 둥근 선이 있었는데 답답해 보이더라 네 타투가 그 선 안에 갇혀있어서.
자살. 그렇지만 죽을 용기는 없어. 우울, 후회 그리고 부정은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 외로움과 결핍의 충족은 꼭 타인에게서 찾아야해. 자존감? 없어. 한 끝 차이지만 물론 자신감과 자만도 없어. 그냥 사는거야. 이런 내가 좋지도 싫지도 않아. 동정하진 말아줄래 근데 있지 먼저 다가와주면 안될까. 그냥 말없이 좀 안아줘.
책을 읽다 너가 문득 떠올랐어. 왠진 모르겠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 이 감정은 분명 사랑이나 연민은 아닌데 그냥 떠오른 너를 보며 내 내면 속 어딘가에 숨겨두었을 지도 모르는 내가 떠오른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자주 시간 내진 말자. 가끔 문득 생각날 때에 보자. 레드와인을 한 병씩 마시고 웃자 어깨동무하고 비 맞아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