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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준 Apr 04. 2021

차라리 몰랐으면

날카롭던 추위가 서서히 잊혀져가는 요즈음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벚꽃나무의 새순이 올라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있다. 겨울  숨기고 있던 마음을 천천히 조심스레 표현하는 나무는  완연한 자신의 속마음을 세상에 드러내보인다.  마음은 누가 보아도 한없이 아름답지만  미소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소중하다.



사실은 숨기고 있던 게 아니다.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 그저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신중했을 뿐이다. 마음과 동질적인 노력의 과정이 몽우리가 되어 새순이 되고, 결실은 만개한 벚꽃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고개를 치켜 올려 감상에 젖고 주체는 흐뭇하게 어깨를 편다.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대게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 기한은 짧기만 하다. 그래서 더 반짝인다. 유행과, 가식적인 첫 인상과, 휴가는 같은 배를 탄다. 선상에 올라 동일 선상의 놓여진 자신과 윤슬의 반짝거림을 바라본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알고 있다. 이 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어느샌가 비바람이 불어오고 나는 추락한다. 사실 이 악물고 버틴 것인지 지쳐 먼저 손을 놓아버린 것인진 햇갈리지만 사람들의 발에 밟혀 반듯했던 어깨는 굽고 만다. 이리저리 치여 떠돌다 찰나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되돌아간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그렇게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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