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던 추위가 서서히 잊혀져가는 요즈음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벚꽃나무의 새순이 올라올라오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겨울 내 숨기고 있던 마음을 천천히 조심스레 표현하는 나무는 곧 완연한 자신의 속마음을 세상에 드러내보인다. 그 마음은 누가 보아도 한없이 아름답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사실은 숨기고 있던 게 아니다.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을 뿐. 그저 서두르지 않고 좀 더 신중했을 뿐이다. 마음과 동질적인 노력의 과정이 몽우리가 되어 새순이 되고, 결실은 만개한 벚꽃이 되었을 때 우리는 고개를 치켜 올려 감상에 젖고 주체는 흐뭇하게 어깨를 편다.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대게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그 기한은 짧기만 하다. 그래서 더 반짝인다. 유행과, 가식적인 첫 인상과, 휴가는 같은 배를 탄다. 선상에 올라 동일 선상의 놓여진 자신과 윤슬의 반짝거림을 바라본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알고 있다. 이 순간이 길지 않다는 걸.
어느샌가 비바람이 불어오고 나는 추락한다. 사실 이 악물고 버틴 것인지 지쳐 먼저 손을 놓아버린 것인진 햇갈리지만 사람들의 발에 밟혀 반듯했던 어깨는 굽고 만다. 이리저리 치여 떠돌다 찰나의 달콤함을 잊지 못하고 되돌아간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그렇게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