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울며 세상의 빛을 마주했던 날. 그 과정과 이후의 셀 수 없을 시간 속에서 한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한 두 분에게 바치는 날. 포근한 두 개의 날이 포개지는 매년 5월 초의 오늘은 풀려가는 날씨만큼이나 제법 따스하다.
축하받는 주체를 혼동하고 몸과 감정 두 가지를 전부 놓치며 어리석게 행동했던 작년의 나를 상기하며 4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다짐했던 생각을 입은 비슷한 시간대의 오늘의 난 다행히 조금도 변색되지 않았다.
왼손엔 새빨간 카네이션 두 송이를 투박하게 손에 쥐고, 오른손엔 조금 더 진한 색의 레드와인으로 수평을 맞추었다. 잠시 정차했다 유턴하며 커진 숫자로 게을러 텅 비었던 공간을 채웠고, 잔잔한 기타줄의 진동과 적당히 짙게 내리 깔린 포도 내음으로 가득 찬 내 방 안에서 무심하게 돌아가는 탁상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며 이성과 감성의 시도 때도 없는 부딪침을 그대로 방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