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난 항상 막연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물론 구체적인 목표를 잡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꼈던 건 세상은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내 흐름보단 세상의 흐름에 맞춰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정 쪽으로 기울어진 사고방식이었지만 큰 반항 없이 순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했다.
아침에 막연히 일어나 별 생각 없이 오늘 하루 해야할 일들을 하고, 꽤나 질긴 동일한 환경과 그 안의 비슷비슷한 관계 속에서 불안한 악취를 맡았다. 동일한 24시간을 가만히 흐르게 두지 않으려 했던 행동에 자기계발이라는 명분을 만들었지만 막상 내가 만들었던 건 극도의 미미함에 대한 부끄러움뿐이었다. 막연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즉흥적임과 동시에 주관적인 사고를 가진 한 인격체가 어긋난 건 아니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앞에 두 마디만 붙이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목적성을 찾아가는”.
액자의 막연한 프레임은 그대로 유지하고 틀 안의 그림을 바꾸었다. 신기하리만큼 하루하루 작품의 선명도가 진해져가고, 적당히 로스팅 된 원두의 향이 진하게 풍겼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던가. 새롭거나 혹은 조금은 익숙한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이제는 절대적으로 선택사항이 아니다. 생각하고 더 심도있게 고민하고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신중을 가해 뿌리를 찾아 흙더미를 파헤쳐야만 한다. 도구 따윈 없이 오로지 맨 손으로 그렇게 파내야만 한다. 난 정말 그래야만 했다.